[이슈분석]보이지 않는 만리장성 TBT…한중 FTA로 허문다

세계 각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확대하며 관세 장벽이 낮아졌지만 무역 확대는 기대에 못 미친다. 관세 장벽은 낮아졌지만 동시에 비관세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관세장벽은 통관절차, 무역기술장벽(TBT), 위생·검역, 지식재산권 등 관세 외 무역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말한다.

[이슈분석]보이지 않는 만리장성 TBT…한중 FTA로 허문다

한중 FTA 발효를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도 비관세장벽에 있다. 세계 최대 시장 중국 문이 활짝 열리지만 비관세장벽을 허물지 못하면 효과는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중국과 수차례 협상을 거쳐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 TBT 협정문에 합의했다. 상대 국가가 실시한 제품시험 등을 자국과 동등하게 인정하는 상호인정협정(MRA) 등이 만족할 수준으로 이뤄지면 한중 FTA는 우리 기업 중국 수출에 탄탄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까다로운 中 비관세장벽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우리 중소기업은 중국강제인증(CCC) 획득,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CFDA) 허가, 통관, 지재권 침해, 투자·금융 등 다양한 분야 비관세장벽으로 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영향 없음)부터 5(매우 심각)까지 수치로 부정적 영향을 조사한 결과 △CCC 획득 시 중국 외 시험기관 발급 시험성적 불인정 3.7 △CFDA 허가·등록 시 기간·비용 과다 소요 3.1 △부당한 행정 처리·요구에 따른 통관 지연 3.6 △불충분한 상표·특허 침해 행정단속과 경미한 처벌 3.8 등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증은 획득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상당한 서류제출 요구 등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CCC는 세계적으로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인증이다. 중국이 자국 지정시험소 성적서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개정한 CCC 실시규칙(시행규칙)을 순차 도입 중이다. 우리 중소기업은 “CCC가 중국 수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은 소비생활제품 설명 기준을 강화한 강제표준도 시행했다. 전자제품 등 소비자 제품 사용설명 작성을 규정한 것으로 우리 기업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약품·의료기기 행정허가 업무를 중국 제품은 지방성급에서 진행하지만 외국 제품은 CFDA에서 수행한다. 허가 과정에서 국내외 제품 차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화장품은 위생행정 허가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수입품 통관 과정에서 추가 검사를 요구하는 문제가 지적된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은 “빈번한 기술규정 개정과 불충분한 사전 공지, 기술규정 제·개정 시 업계 의견 반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중국 인증제도 정보 부족, 중국어 소통장애 등 애로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치열한 협상…높은 수준 TBT 협정문 타결

우리 정부는 기업 수출 여건 개선을 위해 2년이 넘도록 치열하게 협상에 임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TBT에 근본적 입장 차이로 2012년 10월 4차 협상에서야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2013년 9월 7차 협상에서 TBT 모댈리티(modality)에 합의해 1단계 협상이 마무리됐다. 협상 초기 중국은 TBT를 동식물위생검역조치(SPS)와 병행해 논의할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 투명성, TBT 위원회 등 의제를 포함한 최소한 조항(10개) 구성에 합의해 2단계 협상을 진행했다.

8차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한-유럽연합(EU) FTA, 한미 FTA와 유사한 수준(13개 조 50개 항)으로 TBT 협정문안을 만들어 제시했다. 양국은 이를 기초로 기술·법률적 검토를 거쳐 지난해 11월 15개 조로 구성한 포괄적 TBT 협정문에 서명했다. 협정문에는 TBT 애로 해소 원칙, 소비자제품 안전협력, 시험인증기관 중국 진출 시 협력 등 우리 주요 관심조항을 반영했다.

TBT 애로 해결 원칙으로 △전기전자 분야 국제공인시험성적서(IECEE CB) 상호수용 촉진 △시험성적서 상호수용 협상 개시 △시험·인증 비용과 기간 축소 협력 △시험용 시료 통관 원활화 조치 시행 △투명성 제고를 위한 이해관계자 접근 가능 기술규정 공지 △소비자 제품안전 정보교환 및 시행 협력 △상대국 시험·인증기관 설립 및 운영 시 협력 △TBT 위원회 설치 등이 담겼다. 양국 정부는 상대국이 실시한 제품시험 등을 자국에서 한 것과 동등하게 인정하는 MRA 실행 논의도 시작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은 “조항은 대부분 중국의 기존 체결 TBT 협정문에 없는 새로운 내용”이라며 “국제무역기구(WTO) TBT 협정문 이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