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사는 지난 2006년 2월 중소기업으로는 처음 보호필름을 개발해 디스플레이 부품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경기가 침체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K사는 2013년 경기산학융합본부 기업연구관에 입주하면서 이를 해결했다. 이곳에서 류지헌 한국산업기술대학교(산기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도움을 받아 이차전지 연구개발(R&D) 전략을 마련하고 정부 과제에도 선정됐다. 제품 개발에 필요한 연구원은 산기대 학생 2명을 채용해 해결했다.
#. 경북산학융합지구에 입주한 금오공대 메디컬IT 융합공학과 학생인 A군은 B사 ‘3차원 의료영상 활용 심장 부정맥 유발 가능성 진단용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참여했다. A군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논문을 써 지난해 11월 광주에서 열린 국제 의공학 콘퍼런스에서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전국 대학생 유체공학 경진대회에서 동상도 받았다. B사는 금오공대와 산학 공동 연구개발(R&D)을 수행해 제품 개발에 성공해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 목포공고 재학생 C군은 졸업 후 바로 취업했다. 대학 진학을 하고 싶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포기했다. 하지만 C군은 대불산학융합지구가 시행하는 ‘선 취업 후 진학 프로그램’에 참여해 대학 진학 꿈을 실현했다. 2개월간 직무 교육을 받은 C군은 D조선회사 선체설계부에 근무하면서 목포대 조선시스템학과에 입학해 평소 바라던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원장 정재훈)이 시행하는 ‘산학융합지구 조성 사업’이 전국 산업단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오래된 산업단지에 산뜻하게 단장한 신축 대학캠퍼스와 기업연구소가 들어서면서 산업단지가 한층 밝고 젊어졌다.
이 사업은 산업단지 외형뿐만 아니라 ‘체질’도 바꾸고 있다. 현장 중심 산학융합교육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산학협력 새 장을 열고 있다.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고용이 선순환하는 체계를 갖춰가면서 새로운 산학협력 꽃을 피우고 있다.
입주 기업은 대학 도움을 받아 R&D 역량 강화와 애로기술을 해결할 뿐 아니라 사업화 아이템도 발굴한다. 근로자는 일하면서 대학 학위를 딸 수 있고 직무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높인다. 캠퍼스 대학 학생은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맞춤형 취업을 할 수 있는 등 기업-대학-산단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석 삼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산업단지 출범 50주년 기념식에서 “산업단지 내에 대학 캠퍼스와 기업연구소를 집적하는 산학융합지구를 확대해 지역 중소기업 고급인력 확보와 혁신역량 강화,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한 바 있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산학융합지구는 산업부가 지난 2011년 시화, 구미, 군산 등 세 곳을 조성지로 선정하면서 막이 올랐다. 이어 2012년에는 오송, 대불, 울산 등 세 곳이 추가로 지정됐고 2013년 당진, 2014년 창원, 2015년 부산, 여수 등 총 10곳이 선정됐다.
이 중에서 2012년 11월 시화(경기지구)를 시발로 군산(2013년 11월), 구미(2014년 3월), 오송(2015년 3월), 대불(2015년 9월) 등 다섯 곳이 준공식을 갖고 문을 열었다. 나머지 다섯 곳도 오는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완공된다.
이들 산학융합지구에는 새로 지은 대학캠퍼스와 기업연구관이 공통으로 들어서 기업, 대학, 산업단지(지역)를 위한 다양한 산학 협력 활동을 벌인다.
산업부에 따르면 9월 현재 조성이 끝난 5개 산학융합지구에 11개 대학 25개 학과(학생 5500여명)가 이전해 산업단지 특화형 산학융합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기업연구소도 173개가 이전해 대학과 활발한 산학협력을 벌이고 있다.
아직 사업 초기임에도 산학공동 R&D 지원, 기업 기술 애로 해결, 산학공동 고급 연구인력 양성, 재직자 대상 진학 지원, 창업 및 사업화 지원 등 다양한 산학협력 성공 사례가 지구별로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KIAT는 올해 말까지 이들 산학융합지구에서 △산학공동 R&D 지원 건수 80건 △기술애로 해결 건수 350건 △산학공동 고급 연구인력 양성 260명 △산학공동 엔지니어 양성 2100명 △학위 과정 재직자 진학 지원 400명 △비학위 과정 재직자 진학 지원 3500명 △고교생 직무교육 2000명 등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정재훈 KIAT 원장은 “산학융합지구가 산학협력 새로운 장을 열며 지역 경제에도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호응이 높아 오는 2017년까지 산학융합지구를 17개로 확대해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