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고의’가 있다는 건 어떻게 인정될까요.
원고인 SEB사는 튀김과정에서 튀김기 외부 표면이 뜨거워지지 않는 일명 ‘쿨터치(cool-touch)’ 튀김기 특허보유자입니다. SEB는 이 튀김기로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경쟁사인 선빔(Sunbeam)사는 쿨터치 튀김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고, 피고 글로벌테크(Global-Tech) 홍콩 소재 자회사인 펜트알파(Pentalpha)에게 이에 상응하는 튀김기를 개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펜트알파는 SEB 특허를 사용해 외관을 제외하고 튀김기를 그대로 복제했습니다. 이 사실을 숨긴 채 뉴욕 로펌으로부터 제3자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받았습니다. 이 튀김기가 선빔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자 SEB는 선빔과 글로벌테크, 펜트알파에 대해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글로벌테크는 펜트알파의 모회사로 직접 SEB 특허를 침해한 기업은 아닙니다. 대신 SEB는 글로벌테크에게 특허침해유형 중 하나인 ‘침해유도’를 주장했는데요. 침해유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침해행위를 유도할 것 △그 행위가 특허침해가 됨을 알고 있을 것이 요구됩니다. 글로벌테크는 선빔에 튀김기를 판매할 때 SEB가 보유한 특허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침해유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대법원은 글로벌테크의 침해유도를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침해유도가 성립하기 위한 ‘고의’는 실제로 안 경우는 물론, 실제로 안 것과 동일시 할 수 있을 정도의 ‘악의적 회피’도 인정된다”고 판시하면서 “악의적 회피는 피고가 특허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주관적으로 믿고 실제 침해여부를 알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인 행동을 취한 경우라는 2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SEB 튀김기에 특허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도 변호사에게 그 사실을 숨김으로써 SEB 특허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을 악의적으로 회피했다고 본 겁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침해유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중과실’이나 ‘미필적 고의’로는 부족합니다. 단, 경쟁업체가 관련 특허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만하다면, 이 가능성을 무시하는 경우 ‘악의적 회피’가 성립돼 침해유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경쟁사가 특허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면, 특허에 대한 검색·조사는 물론 특허침해여부에 대한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쳐야겠습니다. 또 미국 이외 지역에서 특허침해 가능성 있는 제품을 설계·생산한 뒤 미국에서 해당제품을 판매하는 자에게 공급하는 경우 특허권 침해유도가 성립될 수 있으므로, 대미 수출기업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침해유도(Inducement of Infringement)=특허 발명을 직접 실시하지 않더라도 타인이 특허발명을 실시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로, 특허침해 형태의 한 유형. 침해유도가 성립하려면 △직접 침해가 발생했을 것 △직접 침해행위가 일어나도록 침해유도자가 실제로 유도했을 것 △침해유도의도가 있었을 것(고의)이 요구됨
IP노믹스=신명진기자 mj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