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외국인이 돌아왔다. 지난달 5일 이후 줄곧 주식을 팔기만 하다 30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1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외국인은 지난 1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9거래일 연속으로 5조550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한국거래소가 외국인 매매현황을 분석한 1998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가장 오래 순매도에 나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월부터 7월로 33거래일 동안 8조9834억원을 팔았다.
중국 경제 위기설에 미국 금리인상 이슈까지 겹치며 좀처럼 회복세를 못타고 횡보장을 연출하던 증시도 돌아온 외국인을 반기며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선 것은 전날 발표된 미국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탓에 16일(현지시각)부터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8월 경기지표는 강달러로 인한 자동차 생산 감소 영향으로 설비가동률이 하락하며 산업생산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고 소매판매 증가세도 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15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멀어졌다고 판단하고 1% 이상 상승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9월 기준금리 인상 기대 약화와 유가 상승, FOMC 회의를 앞둔 거래량 감소 등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이달 월스트리트저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64명의 전문가 중 46%만이 9월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달 82%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여기에 S&P가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단계 올린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S&P의 등급 상향 조치는 피치와 무디스의 평가 레벨과 동급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다만 신흥국 리스크가 부각되는 시기의 등급 상향인 만큼 긍정적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증시는 외국인이 213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기관도 3580억원어치를 사들였고 개인은 6000억원 가량을 팔았다. 코스피는 장중 2% 이상 상승하며 1980선 근처까지 올랐다가 전날보다 37.89P(1.96%) 오른 1975.45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9.73P(1.46%) 오른 676.48로 마감했다.
삼성페이 인기의 영향으로 결제 관련주가 10% 이상 뛰어올랐고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도 상승세를 탔다.
외국인은 최근 자신들이 집중적으로 투매했던 현대차, 기아차,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수출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매매 패턴도 가치주 위주로 전환할 때라고 강조한다.
<외국인 연속 순매도 기록 (단위:백만원) (자료:한국거래소)>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