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방사선 엑스포2015]흥미로운 원자력·방사선의 세계 `한눈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현황한전KPS 원전제염·해체기술과 전략

원자력·방사선은 일반인에겐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분야다.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옆에 존재하지만 어려운 용어와 전문가 사이 논란은 관심을 멀어지게 만든다.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NURE) 2015’는 그동안 원자력·방사선 분야와 일반인 사이에 있던 보이지 않은 벽을 허물었다. 재미있는 원자력 기술과 흥미로운 방사선기기들이 참관객을 맞았다. 원전 안전과 방사선 방호 관련 최신 동향은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원자력·방사선 분야 국민 인지도를 높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쉽게 풀어쓴 원자력·방사선 이야기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네요?” “이거 지금 사용하고 있는 건가요?”

원자력 발전기 모형 앞에서 학생들 질문이 터져 나온다. 전시회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만나볼 수 있는 한국형 APR1400 원전 모형을 신기하다는 듯 이리 저리 둘러본다. APR1400 원전은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에서 한창 건설 중인 첫 수출 원전 모델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생소할 뿐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원자력과 방사선 산업이 학생들과 한층 가까워졌다.

보이는 것 마다 새롭다. 원전 모형은 물론 각종 정비 기자재와 생활형 방사선 기기들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들에게는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원전 안전 문제보다는 처음 마주하는 기술과 기기에 대한 탐구의욕이 더 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어진 어두운 과거를 벗고 도약하려는 원자력·방사선 산업이 국민적 이해를 확대하는데 이들 미래세대의 이해와 관심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올해는 한미 원자력 협정부터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준공, 고리 원전 1호기 해체 등 많은 일들이 있었던 만큼 중요한 시기”라며 “NURE 2015이 원전 건설과 운영·해체·방사선 등 모든 분야가 고르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내용도 새로움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동안 원전 자체에 대한 설명과 안전, 재해 방호, 방사선량 측정기기가 다수를 이뤘지만 올해는 신형 원자로, 한국형 통합 시스템, 제염·해체 기술 등 새로 개발 중인 기술과 분야가 다수를 이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APR1400 모형과 함께 이를 설명하는 3D 영상 콘텐츠를 준비했다. 지진·해일 방호와 관련해선 원전 전체 도면과 홀로그램 영상을 합친 모형을 전시해 관심을 끌었다. 이 밖에도 현재 진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인공방사선과 자연방사선 비교를 통한 설명으로 참관객의 쉬운 이해를 도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올해 사우디 수출로 관심을 받고 있는 중소형원자로 ‘스마트(SMART)’를 선보였다. 부스 한편에는 원자로 퍼즐 모형을 만들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만들어 학생 인기를 끌었다. 현재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도 선보였다. 사용후핵연료 대안으로도 언급되며 이야기로만 들었던 소듐냉각고속로를 만날 수 있다.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PS는 원전 해체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한전기술은 설계분야를, 한전KPS는 실제 해체 시 필요한 요소 기술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아직 완벽히 갖춰진 기술은 아니지만 원전 해체와 환경 복원을 위한 정부 로드맵과 관련 공기업 준비상황을 알아볼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한국형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통합검증 설비와 원전 사고발생시 방사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원천기술을 소개했다.

이 밖에 다수의 기업이 원전 관련 각종 설비와 정비기기, 방사선 측정기, 내방사선 기기, 비파괴 검사기 등을 선보였다. 전시장 한편에는 원자력 역사관이 마련돼 참관객이 고리 원전 1호기부터 OPR 1000, APR 1400, APR+까지 한국형 원전 발전상을 소상히 알아볼 수 있다.

◇원자력·방사선 시장 확대 기대…숙제도 많아

이번 행사엔 원자력·방사선 분야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실렸다. 참가 업체는 지금까지는 원전 관련 내수 분야가 다수였지만, 원전 해체와 방폐장 준공 등 새로운 이슈가 부상하면서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수출시장도 마찬가지다. UAE 원전 수출이후 한동안 뜸했던 수출 소식이 중소형원자로인 SMART에서 나오면서 점차 해외시장 진출이 건설을 넘어 기자재, 서비스까지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도약에 대한 희망 때문인지 중소·중견기업은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다수 출품했다. 램텍은 야외 환경 방사선 측정기를 선보였다. 일반 평지에 내놓아도 내부 배터리 전력으로 5일간 작동하고 옵션으로 태양광패널을 장착할 수도 있다. 위성과 와이파이 두 가지 통신방식을 지원해 기기가 설치된 지역 방사선 종류와 수준을 원격으로 스마트기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램텍 관계자는 “후쿠시마 같은 피폭 지역이나 원전 부지, 최근 준공된 방폐장 주변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대경기술은 내방사선 기능을 가진 카메라를 전시했다. 바륨재질로 기기 내부 피폭을 방지하고 촬영이 없을 시 동체를 뒤집어 렌즈를 보호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원자로 내부, 핵연료 저장고 등 피폭량이 많은 내부는 카메라 수명이 현저히 줄어드는 단점을 개선했다.

이들 중소기업은 새롭게 선보인 제품이 원전은 물론 방폐장, 항공, 항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방사선 관련 관심이 높아진 만큼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남은 숙제도 있다.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아직 제도와 관례상 신제품 적용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 전시참가 업체 관계자는 “해외는 발전소장이 신제품을 직접 써보고 일정기간 뒤 정식 도입을 결정하지만 우리나라는 한수원 협력업체 등록부터 시작해서 입찰까지 신제품을 적용하기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며 원자력·방사선 분야 실증을 위한 대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자력 및 방사선엑스포가 좀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는 조언도 나왔다. 호진산업기연 관계자는 “참가업체는 행사에서 보다 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보길 원한다”며 “지금 현재하고 진행하고 있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기술 동향 등을 알 수 있는 행사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