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국 노동시장의 고비용·저생산성을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외국기업 CEO가 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노사 협상 타결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크다”며 “한국GM은 지난 5년 사이 인건비가 50% 이상 증가하는 것을 대가로 치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GM의 생산비용은 회사가 설립된 2002년 대비 2.4배(2014년 기준)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는 약 1.4배 상승한 것을 볼 때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산물량이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2002년 국내 자동차 생산비중은 95%, 해외생산 비중은 5%였으나 2012년 해외생산이 국내생산을 추월한데다가 지난해는 해외생산 55%, 국내생산 45%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낮은 생산성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차량 1대당 투입시간(HPV)은 26.4시간으로 도요타 24.1시간, 미국 GM 23.4시간에 밀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당 매출액에서도 한국 자동차업계는 7억4700만원으로 도요타(15억9400만원), GM(9억6800만원)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호샤 사장은 “한국은 탄소배출 규제 등 자동차 산업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기 때문에 고비용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면서 “산업 경쟁력을 높일 방안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개혁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계 산업용 장비 생산업체인 파카코리아의 유시탁 전 대표는 파카코리아의 정리해고 사례를 소개하며 강성 노조의 이미지가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비크람 도라이스아미 주한 인도대사도 인도 라자스탄주가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을 상향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 일자리가 늘었으며 다른 주도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노사정이 1년 만에 합의를 이뤄 다행스럽다”면서 “청년 일자리 증가 등 결실을 앞당기려면 노동개혁의 고삐를 조여야한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