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패션 전문 쇼핑몰 M사. 최근 자사 사이트를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방문객만큼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만원짜리 티셔츠를 사면 배송비(항공특송)만 2만6000원이 들어간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물류비 폭탄에 결제단계에서 구매를 취소하는 고객이 80%를 넘는다.
과도한 물류비가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해외 직접 수출을 막고 있다. 물품 대금보다 물류비가 크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과도한 물류비, 중국업체 공세, 중국정부 통관강화 움직임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물류비 문제로 국내 소규모 전자상거래 업체의 해외 직접수출(역직구)이 활로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사도 영국에서 물품을 구매했던 고객까지 있지만 재구매 비율은 상당히 떨어진다.
이 회사 대표는 “고가 장비가 아니라 한류를 타고 판매하는 패션 상품은 이런 물류 구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출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기관이나 협회 등에 건의도 해봤지만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몇몇 업체는 공동으로 물류창고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규모 기업이 모여 물량을 늘려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지만 시설비 등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없다.
이런 가운데 중국 알리바바닷컴은 기존 물류비보다 최고 70%(1만원 이하)까지 낮은 물류비를 내세워 국내 업체 입점을 유도하고 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자상거래 업체 상당수가 해외 결제 수단으로 알리페이나 페이팔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물류까지 넘겨줄 상황”이라고 우려한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항공 특송 물품 통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중국 업체 장악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상운송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배송기간, 중국 일부 지역에 한정될 수 있는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
지난 15일 우정사업본부가 중국, 일본, 호주, 태국, 베트남 등 17개 아시아·태평양 국가와 전자상거래 전용 우편서비스(APP-e패킷) 협정을 체결해 2kg 미만 제품의 저렴한 거래방안을 마련했지만 실현 과정을 더 지켜봐야 한다.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천송이 코트에 이어 해외소비자 역직구 활성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으나 눈에 보이는 성과는 거의 없다”며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무역적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가 역직구에 비해 35배 많았다. 적자규모도 2012년 4억8300만달러에서 지난해 9억4600만달러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국내 전자상거래 직구, 역직구 추이(자료=미래부, 관세청 자료, 단위=건, 달러)>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