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7일(현지시각)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성명을 통해 현행 0∼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관심은 오는 10월 또는 12월에 연준이 과연 기준금리를 올릴지, 올린다면 어떤 형식과 속도로 올릴 지로 옮겨졌다.
연준이 고민 끝에 ‘제로 금리’를 유지한 가장 큰 배경은 최근 발표된 부진한 경제지표, 특히 물가 관련 지표들로 보인다. 저물가에 국제유가 하락이 큰 요인인데 연준에서는 유가 하락을 일회성 요인이라고 간주했지만 낮은 물가지표를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연준의 주요 물가지표인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1.2%의 상승률에 그쳤다. 이는 2011년 3월 이후 최저치다.
더욱 연준을 부담스럽게 만든 부분은 핵심 PCE 물가지수가 지난해 7월 이후 줄곧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렸다는 점이다. 물가는 고용과 함께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인 ‘두 가지 임무’(dual mandate)를 구성한다. 최근 발표된 다른 물가 지표들 역시 물가 상승에 대한 합리적 확신을 갖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FOMC 회의 직전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1% 하락하며 7개월 만에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주에 발표된 같은 달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넉 달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주목할 부분은 연준이 지난 6월보다 물가 상승 속도를 더 완만하게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0.6∼0.8%였던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 예상치는 이날 발표에서 0.3∼0.5%로, 내년의 PCE 물가지수 예상 상승률은 1.6∼1.9%에서 1.5∼1.8%로 각각 낮아졌다.
이날 발표한 FOMC 회의 결과 성명에서도 연준은 `계속 물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많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연준의 금리 동결 배경 중 하나로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여 온 전 세계 금융시장의 동향을 꼽으며 연준이 금융시장의 목소리를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 반영했다고 풀이했다.
옐런 연준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신흥시장이 글로벌 경제 우려의 초점이었다”고 말한데서도 그런 문제 의식이 드러난다.
특히 지난달 중순께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춘 일을 계기로 중국발 금융시장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일을 계기로 미국 금리 인상 시기상조론은 소수의 목소리가 아닌 중론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은 높아진 금리로 야기될 두려움에서는 벗어났지만 언제 연준이 금리를 올릴지에 대한 예측 경쟁이 재개될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는다면 연준은 신뢰성 차원에서라도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는 처지기 때문이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