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자신문에 게재했던 ‘이강태의 IT경영 한 수’를 모아서 ‘경영을 살리는 IT, IT를 살리는 경영’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한 바 있다. 마침 능률협회가 주관하는 최고경영자 조찬에서 이 책 내용을 발표해 달라고 해서 여러 자료를 모으다가 우리나라 경제 현 실정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언론에 나오던 여러 부정적인 기사를 단편적으로 보다가 모아서 보니 현재 상황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몇 가지 통계를 보자. 올해 경제성장률이 3.5% 목표였는데 어쩌면 2.5%까지 낮아질 거라는 예측이 있다. 더더군다나 내년 경제성장률도 목표야 어떻든 2.5% 이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경제 성장률 저하는 일자리에 직격탄을 쏜다. 덕분에 청년 실업이 100만명을 넘었다.
또 4분기 수출도 작년 동기 대비 18.4% 떨어졌다. 수입도 동반해서 떨어지고 있다. 아직은 외환보유고가 넉넉해서 당분간은 괜찮다고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게 되면 이것도 순식간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인 만큼 수출 부진은 경제 성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30대 대기업 영업이익률도 4.3%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다. 2008년 6.76%, 2010년 7.9%였던 것에 비교하면 불경기가 기업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본다.
언론에서 노상 지적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은 가계부채다. 6월 말 1130조원으로 한 달에 10조원씩 늘고 있다. 여기에 정부채무 1200조원, 기업채무 1500조원까지 합치면 부채가 3900조원에 이른다. 예전에는 기업이 은행을 망하게 했지만 이제는 가계가 은행 목줄을 잡게 될 것이다.
S&P 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올렸다. 신용등급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포트나 같은 것이다. 이를 보고 주식을 사서 돈 번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안보, 정치,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신용등급이 다시 내려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신용등급이 경제 전망을 얘기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 경기 중에 지금 미국만 단독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업률이 5%대로 거의 완전고용수준이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다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1980년대, 1990년대에 미국은 지는 태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 다시 살아났다.
미국이 세계 경제 가운데 독야청청하게 된 배경을 언론들은 세일가스 채굴 혁명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산업 부흥을 손꼽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IT 힘이다. IT라고 할 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글로벌 제품 중에 미국 제품 아닌 것이 얼마나 되나. 소프트웨어 쪽에 유럽제품이 좀 있기는 하나 전체 비중에서 따지면 턱도 없다.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네트워크까지 전부 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그 증거로 ICT기업 시가총액(2015년 7월 17일 기준)을 보면 미국 기업 일색이다. 애플이 1위고, 구글이 2위, MS가 3위, 페이스북이 4위, 아마존이 5위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디지털 경영에 관련한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기업이 파괴적 혁신 지렛대로 활용해 새로운 디지털 사업을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으로 형성된 미국 AGFA 기업이 글로벌 시장 선두에 서고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구성된 BAT그룹이 그 뒤를 쫓고 있다.
미국은 IT 기업을 앞장세워서 글로벌 시장을 제패하고 그 힘으로 국내 경기를 살리는 방식 경제 성장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IT를 무기로 경제 활성화를 꾀하면 청년실업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아무래도 IT는 젊은 사람들이 쉽게 공부해서 자기 전문분야로 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경제 위기가 오면 재정정책이나 은행에서 대기업을 지원, 수출을 증대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창조경제를 활성화해 많은 스타트 업을 만들고 이로써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이 이끌고 있다. 이들이 IT를 활용해 파괴적 혁신을 추진, 경쟁력을 올려야 하는데 아직도 새벽에 출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마른 수건도 쥐어짜자는 식으로만 밀어붙이고 있다. 더 열심히 하자는 존속적 혁신으로는 지금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 잘나가는 AGFA 기업이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 빅데이터(B), 모빌리티(M)로 이어지는 ICBM을 적극적으로 혁신에 활용하는 반면에 우리나라 대기업은 목욕탕 물 손가락 넣어 보듯이 새로운 정보기술을 간만 보고 있다.
지금쯤이면 각 기업에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울 때다. 기획 담당 임원은 곤혹스러울 것이다. 성장을 안 할 수는 없고 성장한다고 하자니 자신은 없고 난감해 하고 있을 것이다. 또 임원들은 내년에도 내가 회사에 다닐지 지금부터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 방법이 있다. 대기업이 ICBM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폭풍성장을 할 수 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2분기에만 작년 동기 대비 81%성장했다. 10년여에 걸친 투자가 선행됐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시장 추세와 맞추는 투자를 하게 되면 그만큼 보상이 있는 법이다.
보수적인 경영계획 짜서 아무짝에 실력 없다고 잘릴 바에는 차라리 적극적으로 ICBM에 투자하자고 해서 2, 3년 뒤에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이 나중에 후배들에게나마 좋은 소리 듣게 되지 않을까. 2, 3년 뒤에 대박 나면 더더욱 좋고….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