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와 뛰고 뒹구는 운동회 들어보셨나요?

소프트웨어와 운동회의 만남 임진초등학교 ‘어울림 한마당’

[전자신문인터넷 = 이승빈 기자] “잠시 후 6학년 단체경기 “Good Bye! 컴퓨터 바이러스” 경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할 수 있도록 힘찬 응원 부탁드립니다.”

17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 있는 자그마한 학교 임진초등학교가 아이들의 함성으로 떠들썩하다. 가을 운동회 ‘너와 나 하나 되는 임진 어울림 한마당’이 열린 까닭이다. 그런데 경기가 좀 특이하다. 흔히 운동회 하면 줄다리기, 박 터트리기, 이어달리기 등을 하기 마련인데 ‘Good Bye! 컴퓨터 바이러스’라니.

▲ 사진설명 : 지난 17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운동회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 사진설명 : 지난 17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운동회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마을 잔치처럼 모두가 어울리는 운동회를 통해 학부모님들에게 우리 학교가 소프트웨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곳이고 학생들도 즐겁게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신갑천 교사의 말이다. 임진초등학교는 올해 경기도 교육청이 지정한 소프트웨어 교육 연구학교로 선정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를 만들고 최적의 방법을 찾는 과학적 사고력을 기리는데 탁월해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에 힘쓰고 있고, 미국과 영국은 프로그래밍을 정규과정에 편성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임진초에서는 5,6 학년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코딩은 물론 3D프린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접목되는 레고, 언플러그드 프로그램, 엔트리 보드 게임 등 연령별로 다양한 수업을 진행 중이다. 640명 전교생 모두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무한상상실을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이번 운동회도 마찬가지다. 단체 경기와 장애물 달리기를 소프트웨어 교육 연구학교다운 경기로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회의를 거듭해 ‘Good Bye! 컴퓨터 바이러스’, ‘숨은 그림 완성하기’, 장애물 달리기 ‘소프트웨어야 달려’, ‘터져라 큰 바구니’ 등 4가지 경기가 기획됐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Good Bye! 컴퓨터 바이러스’ 경기를 진행중이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Good Bye! 컴퓨터 바이러스’ 경기를 진행중이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Good Bye! 컴퓨터 바이러스’ 경기를 진행중이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Good Bye! 컴퓨터 바이러스’ 경기를 진행중이다.

6학년 학생들이 하는 ‘Good Bye! 컴퓨터 바이러스’는 평소 수업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교육 도구) 엔트리를 활용한 장애물 경기다. 조별로 주어진 명령어 블록을 해석해 그대로 행동하면서 ‘바이러스’, ‘불법복제’라고 쓰인 과녁을 맞히는 경기다. 학생들은 어려움 없이 주어진 임무에 따라 원을 그리며, 때로는 앉았다 일어나며 물총을 쏴 글자를 하나하나 지워 나갔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숨은 그림 완성하기’ 경기를 진행중이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숨은 그림 완성하기’ 경기를 진행중이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숨은 그림 완성하기’ 경기를 진행중이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숨은 그림 완성하기’ 경기를 진행중이다.

5학년 단체 경기 ‘숨은 그림 완성하기’는 단체 줄넘기를 해 넘은 수만큼 픽셀 종이를 붙여 그림을 완성하는 경기다. 각종 스마트 기기에 이용되는 픽셀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장애물 달리기 ‘소프트웨어야 달려’ 경기를 진행중이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장애물 달리기 ‘소프트웨어야 달려’ 경기를 진행중이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장애물 달리기 ‘소프트웨어야 달려’ 경기를 진행중이다.
▲ 사진설명 : 임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장애물 달리기 ‘소프트웨어야 달려’ 경기를 진행중이다.

이어진 6학년 학생들의 장애물 달리기 ‘소프트웨어야 달려’는 게임하듯 코딩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훌라후프 줄넘기, 매트 구르기와 함께 소프트웨어 블록 기반 언어 형태의 문제를 해석해 그에 맞는 임무를 수행해야만 결승점에 다다를 수 있다. 숨이 가쁜 와중에서도 주어진 블록 형태의 언어를 차근차근 해석하며 동작을 수행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박 터트리기에서는 운동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 대신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글귀가 나오도록 했다. 학교의 성격도 살리고 학생들이 보다 소프트웨어와 친근함을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다.

▲ 사진설명 : 박터트리기 경기에서 승리한 청팀 학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 사진설명 : 박터트리기 경기에서 승리한 청팀 학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접목된 경기를 즐긴 학생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5학년 권예주 학생은 “’숨은그림찾기’가 재미있었다. 퍼즐을 좋아하기도 하고 소프트웨어 수업 시간에 배운 픽셀을 직접 이리저리 끼워 맞추다 보니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6학년 최윤지 학생은 “소프트웨어 수업 때 엔트리를 많이 써봐서 문제를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고, 색다른 재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색다른 운동회를 체험한 학부모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6학년 자녀를 둔 박선미(40)씨는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경기 방식이 지난해보다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며 “아이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있게 즐긴 거 같아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 사진설명 : 학생들이 부스에서 로봇 '마인드스톰'을 체험중이다.
▲ 사진설명 : 학생들이 부스에서 로봇 '마인드스톰'을 체험중이다.
▲ 사진설명 : 학생들이 부스에서 3D 프린터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설명 : 학생들이 부스에서 3D 프린터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소프트웨어의 세계를 체험하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운동장 한쪽에 소프트웨어를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각종 부스가 마련된 것.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엿볼 수 있는 바나나 피아노 로봇, 센서보드, 3D 프린터 등이 전시돼 학생들은 물론 운동회를 찾은 지역 주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소프트웨어 수업을 들으며 소프트웨어 교사를 꿈꾸게 됐다는 5학년 염호진 학생은 “소프트웨어 수업 시간에는 창의적인 생각을 계속하게 되어서 좋다”며 “특히 로봇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종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심는 ‘마인드스톰’ 수업이 가장 흥미롭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수업을 하는 것을 막연하게만 알았던 학부모들은 부스를 둘러보며 놀랍다는 반응이다. 두 자녀를 둔 박진홍(49)씨는 “부스에서 소프트웨어의 세계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어느 학교에서도 받을 수 없는 교육을 아이들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사진설명 : 학생들이 부스에서 레고 로봇을 조종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 사진설명 : 학생들이 부스에서 레고 로봇을 조종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임진초 소프트웨어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강성현 교사는 “기초부터 심화까지 교육 과정이 탄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많다는 것이 우리 학교의 장점”이라며 “앞으로 보다 많은 학부모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의 장점과 가능성을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의 소질을 발견해나가도록 하는 게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아하는 것에 정말 푹 빠져보는 경험을 선사하고, 앞으로 진로를 설정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승빈기자 cadenza12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