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는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설립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통합이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기관통합 여야 입질 올라
여와 야 의원 모두 관심을 드러냈지만, 상호 입장에는 미묘한 차이가 나타났다.
박민식 의원(새누리당)은 과학기술정책원 설립을 장, 차관급 조직으로 만들어도 잘 안됐는데, 실장급 조직으로 어떻게 한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최종배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있고, 어짜피 지원조직”이라며 “과거 국과위 같은 경우는 국과심 대신 국과위여서 장관급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또 “조직 통합은 언제나 말이 많다. 시너지를 발휘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서로 분열과 상처주는 식으로 가서는 쉽지 않다. 화학적 결합하도록 가야 한다”며 박영아 KISTEP 원장 입장을 물었다.
박 원장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박 원장은 “큰 틀에서 싱크탱크 기능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정책원 수립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일견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우려되는 것은 지난 17년 동안 서로 다른 기관으로 다른 역할을 해왔고 구성원도 KISTEP은 이공계 베이스고 STEPI는 경제학 베이스여서 화학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낼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답변했다.
박 원장은 또 “구성원들과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위해 어떤 의견수렴이 필요할지 논의되어야 한다”며 “KISTEP의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우상호 의원(새정치 민주연합)은 KISTEP과 STEPI 통합에 반대하는 논조의 질문을 폈다.
우 의원은 “R&D 개혁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했더니 거버넌스, 연구기관 통합 문제에 이견이 있었지만, 이견 없던 것이 딱 하나 통합 반대였다”며 미래부 입장을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최 조정관은 “과기 정책 전반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야 했는데, 그 부분이 미진했다”며 “통합으로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또 최 조정관은 “STEPI 경우 국가차원의 과기정책 수립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좀 더 국가차원에서 전략을 수립하는데 역할을 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유승희 의원(새천년 민주연합)도 양 기관 통합에 대해 날을 세우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유 의원은 “과거 필요에 따라 분리했는데, 지금와서 통합 될 필요가 있게 된 거냐. 그래야 시너지가 나는 거냐”며 미래부를 몰아 부쳤다.
최종배 조정관은 “100% 좋은 정책이 있겠냐”며 “좀 더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미진한 부분은 보충하겠다”고 답변했다.
정호준 의원(새천년 민주연합) 요청에 따라 증인으로 나온 이성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은 “양 기관이 통합하면 창의적 정책연구보다 미래부 요구에만 따라가 정책기능은 죽을 것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위원장은 “KISTI의 우회적 통폐합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삼자가 만난 자리에서 미래부가 합리적 역할 분담론을 얘기하기에, 이는 시행령에서 다루겠다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대답 못하더라”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또 “진단과 처방은 일치해야 한다, 진단은 심장이라면 처방약 소화제 줘선 안 된다”고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초과학 지원 요구하라고 자리 깔아줬는데…”.
이날 사회를 맡은 홍문종 의원(새누리당)이 한국연구재단을 대상으로 뭘 지원하면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는지를 우회적으로 물었으나 명쾌한 대답은 나오지 않아 주위를 답답하게 했다.
홍 의원은 “외국 나가면 한국을 대단한 나라라고 하는데 왜 노벨상이 없냐”고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에 물었다.
정민근 이사장은 “노벨상을 받을 만한 위치에 와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기초에 대한 투자가 오래되지 않아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기초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에서 다소 아쉬운 답을 내놔 국감을 지켜보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홍 의원은 재차 “정부 투자는 충분히 하는데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냐”며 되물었으나 정 이사장은 일본 나고야 대학 예를 들으며 “배분의 문제”라고 다소 소극적인 답을 내놨다.
홍 의원은 질문이 끝난 뒤 마이크가 미처 꺼지지 않은 상태서 “멍석을 깔아줘도 말씀을 못하시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민병주 의원(새누리당) 의원도 추가 질문 때 한마디 거들었다.
민 의원은 “노벨상 수상을 위해선 자율적인 연구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 연구자는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