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전기가 필요하세요. 걸으세요.”
올해 스물아홉살 답게 해맑고 앳된 얼굴, 하지만 대답할 땐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다. 페이브젠 창업자이자 대표인 로렌스 캠벨 쿡이 제안하는 에너지 빈곤, 온실가스배출 문제에 대한 답은 걷거나 딛는 것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걷기 발전’이다.
페이브젠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친환경 전력 생산 타일 제조 기업이다. 타일은 사람이 밟는 힘을 전기로 전환한다. 지난해 10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에 문을 연 축구장, 영국 런던 빅토리아역 등 세계 40개국에 설치돼 전력을 생산한다.
우리나라 서울시청광장, 미국 백악관 등에도 설치를 타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영국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며 ‘핫(Hot)’한 기업이 됐다. 크라우드펀딩에서도 대박을 냈다. 공모 하루 만에 100만달러(11억6000만원)를 넘어섰고 현재 누적 350만달러를 끌어모았다. 세계 여러 대기업이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며 협력을 제안할 정도다.
지난해 우리나라에도 지사를 설립했다. 지난 6월 열린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에 제품을 설치했고 올해부터 사업에 나섰다.
페이브젠은 지난 2009년 쿡 대표가 세운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다. 쿡 대표는 대기업에서 에너지 자립 도시 프로젝트를 담당하다 회사를 떠났다. 그는 “에너지 자립 고민은 이후에도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며 “우연히 런던 지하철역을 걷다 수많은 인파를 봤고 이 순간이 ‘유레카 모멘트’가 됐다”고 말했다. 페이브젠 타일은 ‘플라이휠’이라는 소형 모터가 밟는 힘에 반응해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를 구현했다. 성인 한걸음이 약 4~7와트(W) 전력을 만든다.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 설치한 타일에서 1년간 생산한 전력으로 스마트폰 850개를 충전할 수 있다. 신재생발전에 비해 날씨 영향을 덜 받아 전력 생산 효율도 높다. 타일 효율은 태양광 모듈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것이 쿡 대표 설명이다. 에너지 대기업과 타일 회사도 비슷한 제품 개발에 나섰지만 현재 가격과 효율면에서 페이브젠이 가장 앞선다.
타일 1㎡ 설치 비용은 180만원 정도로 최고급 대리석 타일과 비슷하다. 쿡 대표는 “당분간 영업보다 펀드자금으로 제품 가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R&D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2년 내 일반 타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쿡 대표는 “신발, 게임 등 다양한 분야 응용 제품 개발과 더불어 내년에는 도로바닥용 로드젠을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2020년 매출 5000만파운드(907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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