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GEC, 민간 최대 `ESS+신재생` 추진…구축비용은 계속 줄어

발전공기업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 융합발전소의 국가전력망 연계에 이어 민간 최대 규모 ‘신재생에너지+ESS’ 융합사업이 추진된다. 풍력발전단지에 대형 ESS를 설치해 전력이용 효율을 높여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이 사업 골자다. 그동안 높은 가격 때문에 널리 쓰이지 못했던 ESS가 신재생 발전 단점인 전력 품질 저하, 짧은 발전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대명GEC, 민간 최대 `ESS+신재생` 추진…구축비용은 계속 줄어

전기공사 분야 중견기업 대명GEC는 보유·운영 중인 40㎿ 규모 전남 영암풍력단지에 14MWh급 ESS를 연계·설치하는 공사에 착수한다고 22일 밝혔다.

ESS는 배터리 14MWh, 전력변환장치(PCS) 4㎿ 등으로 구성된다. 총 투자비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근 관련 제품 가격을 감안하면 120억원 안팎이다. 준공은 오는 12월 말이다.

영암풍력단지 내 992㎡(300평) 건물을 지어 ESS를 설치한다. ESS 제작과 유지보수는 삼성SDI가 맡는다. 민간 기업이 풍력발전단지에 대형 ESS를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공기업인 남동발전이 풍력단지에 16㎿h급 ESS를 설치해 국가전력망에 연동했다.

신재생발전은 화석연료 없이 전기를 생산하지만 날씨에 따라 발전효율이 크게 달라진다. 풍력발전은 풍속이 일정하지 않으면 생산한 전력 품질도 일정치 않아 전력계통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ESS는 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 품질을 일정하게 만든 뒤 전력망에 공급하기 때문에 풍력발전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손꼽혀왔다. 하지만 높은 가격이 구축 확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근 중대형 ESS가격이 하락했고 풍력발전과 ESS를 연계시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정부가 5.5로 상향하면서 경제성은 크게 개선되는 상황이다. 하루 정해진 시간에 ESS에 저장한 전기를 계통에 공급하면 기존 풍력발전 REC의 5.5배를 인정 받는다. 대명GEC는 ESS가 구축되면 연간 8억원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명GEC는 신재생발전사업을 회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EPCM(설계·구매·시공·운영)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발전 사업을 발굴하고 시공·운영까지 직접 맡아 전력 판매와 신재생공급인증서(REC) 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풍력사업 규모를 장기적으로 300㎿대까지 끌어 올리고 ESS 융합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서종현 대명GEC 이사는 “ESS는 전력을 저장해 필요한 시간 대에 공급함으로써 전력이용 효율을 높여주고, 전력수요가 많은 피크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게돼 수요관리에도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며 “풍력과 ESS 융합사업을 지속 발굴, 회사 성장을 주도하는 사업 분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SS 구축비 역산해보니…배터리가격은 1㎿당 7.8억선

대명GEC는 이번 14㎿h ESS 구축에 실제 약 120억원만 쓴다면 그간 대규모 ESS 프로젝트 중 가장 낮은 사업비 투입사례가 된다. 4㎿ PCS 들어가고, 배터리까지 합치면 40피트 컨테이너 크기 설비 15~16개가 들어선다.

요즘 ㎿당 PCS 시장가격(2억원)과 공사비(10억원)를 적용해 역산하면 배터리가격(콘테이너 포함)은 ㎿h당 7억5000만~8억원 선이다. 올해 한전 주파수조정용(FR) ESS 사업과 비교해도 20% 이상 낮아진 금액이다. 한전 사업에서 배터리와 PCS분야 공급가격이 각각 ㎿h당 10~12억원, ㎿당 3억원 전후에서 결정됐다. 만약 지난해 10㎿h급 ESS를 구축하려면 170억~180억원이 들었다면 올해 들어선 140억원 전후로 내렸다. 지금은 100억원에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ESS 구축비용 하락은 이중적 구조를 갖는다. 긍정적인 면은 투자회수기간이 줄어 구축투자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 운영 사업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관련 제조사 등 산업 전체로 보면 지나친 저가 경쟁이라는 우려의 측면도 적지 않다. ESS 시장이 활짝 피기도 전에 극심한 가격경쟁으로 번지면 중소기업 설자리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이찬재 블루시그마 대표는 “운영 사업자 입장에선 투자비 대비 수익전환점을 앞당기는 데 분명히 좋은 시장흐름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경쟁력 갖춘 중소제조 기반이 다져지기 전에 너무 대기업 가격경쟁 주도로 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