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혼하이정밀이 일본 샤프 액정디스플레이(LCD) 사업 인수에 나섰다.
닛케이신문은 혼하이정밀이 샤프가 분리 중인 LCD 사업 인수를 제안했다고 21일 전했다. 회사는 샤프 LCD 사업 주식 과반수를 취득하고 애플에도 출자를 요청했다. 3사 공동관리를 염두에 둔 사업 구상이다.
혼하이정밀은 지난여름부터 샤프와 사업 제휴 협상을 추진했다. 회사는 이미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사카이 디스플레이(SDP)’를 샤프와 함께 운영 중이다. 샤프가 보유한 SDP 주식도 매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샤프 LCD 사업을 인수하고자 애플에 출자를 요구할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은 최대 고객으로 지난 2012년 샤프 스마트폰 LCD 설비 투자비용 500억엔(약 5000억원)을 부담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적극적으로 출자에 나서 혼하이정밀을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샤프가 재팬디스플레이(JDI) 최대 주주인 산업혁신기구에 인수되면 애플은 공급처가 줄어 비용 절감 효과를 잃게 돼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프 LCD 사업을 혼하이정밀이 인수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샤프는 혼하이정밀과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기존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와 제휴 협상도 병행할 전망이다. 일본 내에서는 산업혁신기구가 인수해야 LCD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혼하이정밀 인수 협상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샤프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사업이 인수되더라도 일본 내 고용이 유지되고 사업에 계속 공동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 출자가 확정되면 주요 고객과 관계가 더 긴밀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샤프 LCD 사업은 지난해 회계연도 연결 매출액 9071억엔(약 9조원), 영업이익 301억엔(약 3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회계연도 1분기(4~6월)에는 스마트폰용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137억엔(약 1300억원) 적자를 냈다. 중국 시장 경쟁 심화로 향후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초 미즈호은행 등이 실시한 LCD 사업 평가액은 3000억엔(약 3조원) 수준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