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전 설치 인력 사업, 국가 공인 자격제로 정착해야

가전 제조사는 설치 실명제를 운영하면서 안전사고와 소비자 불만에 대비하고 있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 기업 차원 설치 교육을 실시하고 자체 기준을 통과해야 설치기사 자격증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전 설치 시에는 제조업체서비스센터나 전문설치업체를 거치지 않고 이삿짐센터에서 설치하는 사례도 많다. 이삿짐업계 간 과당경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함량 미달 설치 업체나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도급계약으로 부실 설치 사례도 신고된다.

무자격자에 의한 이전 사고가 발생하면 그 불만은 대부분 제조업체로 전가된다. 오랫동안 가꿔온 브랜드 이미지는 타격을 입는다. 공식 데이터조차 없지만 국내 에어컨 설치업 종사자는 1만5000명 규모로 추정된다. 타 가전제품까지 포함하면 그보다 더 많다. 업계는 이 중 60% 정도가 제조업체 소속이거나 관계사 인력이고 나머지는 에어컨 설치 교육을 받지 않은 무자격자로 추정한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와 삼성전자·LG전자 등 전자업계가 다음 달부터 가전제품 설치 교육 인증센터를 구축한다. 전문인력 양성과 설치·이전 서비스 규격화도 추진한다. 소속이 불분명한 설치기사까지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교육을 진행해 이를 이수한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과정을 마치면 수료증도 수여한다. 정부와 협의해 ‘설치기사 실명제’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가전제품 설치 기사는 주정부 등록이 의무화돼 있다. 설치 업체는 매년 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 대학에서는 가전제품 설치와 수리를 전문으로 교육하는 과정이 개설돼 준학사 학위를 부여할 정도로 직업군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법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가전제품 설치·이전과 관련해 이렇다 할 규정이 없다. 전자업계가 추진하는 가전제품 설치 인력 양성 사업은 이전설치 비자격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다. 교육 인증센터 구축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육 이수자들이 제도권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