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마이크로그리드(독립형 전력망)를 구축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남북통일에 대비해 북한지역 민생용 전력공급에 마이크로그리드가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는 전기업계 전문가 판단에 따른 행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전력기간망 연계 없이도 지역 내 독립적 전력망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에너지 신산업 창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전기공사협회는 최근 ‘제2기 전기분야 통일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북한 전력통계 품질 개선·민생용 전력인프라 구축 방안 연구사업’을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협회는 연말까지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을 포함한 전력통계 실태 조사연구를 완료하고, 한국전력 등과 협력해 사업을 구체화시킬 방침이다.
사업은 북한 내 안정적 전력 공급과 사용자 권익·복지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남북한 기간망 연계가 주류였던 전기 분야 통일 방안에 민생까지 고려한 방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공사협회는 남북 정치 상황과 경제 협력·교류 전망과 함께 북한 개발 계획 등을 종합한 후 북한지역 온도·풍량·강수량 등 기상상황까지 분석해 마이크로그리드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후 해당 지역 환경에 최적화된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완성시켜 나갈 예정이다. 풍력·태양광·소수력발전이 대상이며 지금까지 한전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시킬 계획이다.
협회는 이와 함께 북한 전력계통 에너지수급과 생산·공급 실태 분석에도 나선다. 북한의 폐쇄적 사회구조 탓에 우리 정부뿐 아니라 UN 등 국내외 각종 기관이 분석한 전력통계가 일치하지 않는데 따른 조치다. 전기공사협회와 통일위원회는 우리나라 산·학·연과 해외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연구회를 조직해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수준의 통계자료를 내놓을 예정이다. 북한 전문 연구단체인 미국 노틸러스와 공동 연구도 추진한다. 협회는 구체적 사업계획을 수립해 한전에 공동사업 등을 제안할 방침이다.
김효진 전기공사협회 기술이사는 “북한 발전소 설비, 전력생산, 송배전 현황 등 전력 수요공급 등 실체를 파악해야 구체적 전력망 통일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사업은 북한의 민생용 전력수급 확보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전력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최근 전기 분야 학계와 공공기관 등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제2기 전기분야 통일위원회’를 출범하고 북한이탈주민 전문 교육 등 정부와 산업계 간 협력사업 발굴에 나섰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