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 전기차 전용모델 압도적 선호…한국산 모델 다변화 시급

북미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전용플랫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개조형 전기차 보다 5배 가까이 많이 팔렸다. 개조형 전기차 판매량을 전부 합쳐도 전용플랫폼 전기차 판매량 2위 모델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산 전기차 모델은 두 개가 10위권에 들었지만 그나마 개조형이어서 전기차 전용모델 다양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자동차 통계업체 EV오브세션(EVObsession)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북미에서 팔린 전기차(BEV)는 테슬라모터스 ‘모델S’(1만5254대), 닛산 ‘리프’(1만2383대), BMW ‘i3’(6183대)가 1~3위를 기록했다. 모두 전기차 전용플랫폼으로 개발된 전기차다.

반면 개조형 전기차는 폴크스바겐 ‘e골프’가 2212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는 GM ‘스파크EV’와 벤츠 ‘B클래스’가 각각 1977대, 1540대 팔려나갔다. 기아차 ‘쏘울EV’는 622대 판매에 그쳤다.

전기차 전용플랫폼이 3만5841대로 7473대에 그친 개조형에 비해 월등히 인기가 좋았다.

애초부터 전기차로 개발된 전기차가 개조형 전기차보다 주행·안정성 등 차량 성능에서 뛰어나다는 소비자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는 중대형 배터리를 주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위치에 따라 운행 성능과 안전성에 차이가 생긴다.

북미 상위 10개 모델 중 애초부터 전기차로 개발된 전기차는 주로 운전석 밑인 언더플로어에 배터리를 배치하는 반면에 내연기관 기반 전기차는 뒷좌석 안쪽 연료탱크 자리에 장착한다. 배터리 무게가 약 300㎏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위치에 따른 주행 성능과 안전성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언더플로어 타입은 차량 충격 시 폭발성이 있는 배터리가 차량 내부나 외부로 튀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도로 바닥으로 떨어지게 설계해 안정성을 높였다. 기어 박스를 모터와 트랜스미션과 가깝게 설계해 외부로 돌출시키지 않아 내부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강점을 가졌다. 이들 모두 내연기관 기반 플랫폼에선 구현하지 못하는 디자인이거나 안전성 차별화 요소다.

내연기관차 기반 전기차는 동력장치를 전기적 장치로 바꿨을 뿐, 일반 차량 설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전기 동력원에 따른 적합한 설계가 아닌 사실상 개조차다. 기본적인 도로 상황이나 주행 안전 등 기구 설계는 검증됐지만 전기적 특성을 100% 구사하기엔 상대적 열세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전기차 전용 모델 확대 및 시장 다양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우리나라 정부 보급 사업에 등록된 순수전기차 5~6개 모델 중 개조형 전기차가 4개로 전부 국산차다. 아직까지 전용플랫폼 기반 국산 전기차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비싼 수입차 말고는 전용플랫폼 전기차를 구매하기 어렵다”며 “미국 등 선진국 미래 자동차 수요 대응을 위해서도 전기차 독자 모델 발굴과 확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015년(1월~8월) 북미 전기차 판매 현황(PHEV 제외) / (자료:EV오브세션)>


2015년(1월~8월) 북미 전기차 판매 현황(PHEV 제외) / (자료:EV오브세션)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