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열풍이 불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급부상하고 있다. 레저와 캠핑 문화 확산으로 SUV 차량 인기도 치솟게 된 것이다. 아웃도어와 SUV는 정비례 관계이자 상호 뗄 수 없는 동맹관계다. 자동차 시장에서 SUV 점유율은 올해 35%를 웃돌 전망이다.
SUV 절대 강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BMW X시리즈다. 존재감 역시 우월하다. 활동감을 높이면서 날렵한 쿠페 스타일로 변신한 스포츠액티비티쿠페(SAC)가 X시리즈 라인업에 추가되면서 국내 시장에서 BMW SUV 존재감은 더욱 강력해졌다.
‘BMW X4 xDrive30d M’은 국내 출시된 두 트림 중 최상위 모델이다. 나머지 한 트림은 ‘BMW X4 xDrive20d xLine’이다. X4는 X3를 기반으로 쿠페 스타일로 변형시켜 탄생된 모델이다. 즉 SUV 기본 스타일에 역동성과 활동성을 접목시켜 세련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X4는 중형 SAC로 구분되지만 첫 인상은 웅장하면서도 거대했다. 시승하게 된 ‘BMW X4 xDrive30d M’ 차량 색상이 레드여서 그런지 정열적이면서도 섹시한 인상이 강렬했다. 여기에 높은 차체 때문인지 길쭉하고 시원시원한 아름다운 모델을 보는 듯 했다.
X4는 전장이 4671㎜로 X3보다 불과 14㎜밖에 길지 않지만, 전고가 1624㎜로 노면에 36㎜ 더 밀착된다. 전면부 바깥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대형 공기 흡입구와 프런트 에이프런 캐릭터 라인은 BMW 트윈 헤드라이트와 안개등과 함께 도로 위에서 강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루프 라인은 정통 스포츠 쿠페 디자인을 따랐으며, 운전자 위치에서 최고점에 도달하고 이어서 테일게이트 끝까지 부드럽게 급강하한다. 측면 스웨이지 라인은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위 라인은 앞쪽 휠 아치부터 뒷문 손잡이까지 역동적으로 상승하고, 아래 라인은 뒤쪽 펜더로 시선을 유도한다. 후미부는 X4 특유의 L자형 LED 라이트와 디퓨저 룩 스타일로 역동성을 부각했다.
차량 내부를 살펴봤다. 스포티한 주행 감각이 곳곳에 묻어나는 인테리어에 일초라도 빨리 달리고 싶어졌다. 시트 포지션은 X3보다 앞좌석이 20㎜, 뒷좌석은 28㎜ 더 낮으며, 이를 통해 정통 스포츠 쿠페 감각을 창출했다. 하이글로스 블랙 패널 룩, 우드 패널링 알루미늄 트림 스트립 등은 X4 고품격 인테리어를 완성시켰다. 트렁크 기본 적재 용량은 500ℓ로, 40:20:40 분할 접이식 시트를 활용하면 최대 1400ℓ까지 확장할 수 있고 테일게이트는 자동으로 개폐할 수 있다.
시승 구간은 서울에서 충남 천안까지 왕복 거리 약 250㎞로, 주요 시내 도로 및 경부고속도로다. 한 덩치하는 X4와 그에 버금가는 기자와 함께 달리니 무게감이 얼마나 컸을까. 안쓰럽기도 했지만 이 정도 크기와 힘을 지녀야 기자와 어울릴만 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보통 큰 몸집을 지닌 SUV 대부분이 출발 시 한 박자 뒤로 밀리면서 치고 나가는 것과 달리, X4는 액셀을 밟는 순간 동시 출발이 가능했다. 전혀 밀리는 느낌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SUV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치고 나가는 맛이 짜릿했다.
높은 차체로 인해 회전 구간에서 흔들림과 언더스티어링이 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고속에서 급커브는 차체가 쏠리는 느낌 없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앞차와 짧은 안전거리에서 제동력도 뛰어났다. 예민하지 않으면서 둔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익숙한 ‘안성맞춤’ 제동력을 구사했다. 경사 구간에서의 힘은 덩치 값 한다는 말이 제격이다. 평지에서 주행하는 듯 부드러운 변속과 힘을 기반으로 급경사 구간을 손쉽게 돌파했다.
X4에는 최신 BMW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기술이 적용된 신형 엔진이 장착돼 최적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발휘한다. ‘뉴 X4 xDrive30d M’은 3.0ℓ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58마력과 최대토크 57.1kg·m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는 5.8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연비는 국내 복합 연비 12.2㎞/ℓ(도심:11.1㎞/ℓ, 고속:13.9㎞/ℓ)를 나타내는 데 실제 시승 구간 동안 나타난 연비는 평균 약 13㎞/ℓ로 엇비슷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3g/㎞다. 우수한 연비는 EU6를 만족하는 신형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최적화된 공기 역학 디자인, 지능형 초경량 구조와 함께 브레이크 에너지 재생 장치, 에코 프로 모드, 8단 자동 변속기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다.
X4 xDrive30d는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돼 M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와 블랙 하이글로스 셰도 라인, 19인치 M 경합금 휠, 가변식 스포츠 스티어링, 다기능 M 스포츠 스티어링 휠 및 패들 시프트, 스포츠 시트, 안트라사이트 헤드라이너 등이 어우러져 고성능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
운전자를 배려한 다양한 편의사양도 빼놓을 수 없다.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가 기본으로 적용돼 24시간 긴급 상황 콜과 긴급 출동 서비스, 텔레 서비스, 예약콜 서비스, BMW 온라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손가락으로 목적지를 입력할 수 있는 iDrive 터치 컨트롤러, 하이파이 라우드 스피커 시스템, 앞·뒤 히팅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 등이 적용됐다.
SUV는 세단에 비해 승차감이나 주행성능이 다소 뒤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무참히 깨졌다. 여느 세단 못지않은 안정적이면서도 뛰어난 가속력, 고속에서의 부드러운 변속력까지 모든 면에서 손색없는 차량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독일식 시스템이 적용돼 한국식보다 불편한 안내 설정과 잦은 길 안내 오류, 실시간 길 안내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BMW뿐만 아니라 독일 브랜드 과제기도 하다.
국내 수입차 중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며 독일 브랜드 선구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BMW가 선호도 높은 디젤 차량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더 큰 판매량을 올릴지 기대된다.
김현수 RPM9 기자 khs7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