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오디오가 돌아왔다. 과거 혼수 필수품으로 꼽혔던 ‘전축’ 시대를 지나 CD, mp3를 거쳐 디지털 기술 기반 초고가 제품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해외기업 강세 속에 우리 기업 틈새시장 공략도 세계 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가장 아날로그 같은 제품군이 디지털과 만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부활한 ‘아이리버’·오렌더의 ‘티브이로직’… “프리미엄이 살길”
mp3플레이어 대명사 아이리버는 이제 ‘아스텔앤컨’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아이리버는 2004년 mp3플레이어만으로 매출 4540억원을 올리며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벤처신화’로 주목 받기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한 음악 감상이 보편화되며 매출이 2009년부터 하락했고 2013년까지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며 시장에서 잊혀져갔다.
아이리버는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회생의 길을 찾았다. 휴대용 오디오에 고음질 재생기능을 더해 초고가 프리미엄 모델 ‘아스텔앤컨’을 만들었다. 2012년 10월 리눅스 운용체계(OS)를 탑재한 ‘AK100’ 모델을 출시, 3개월 만에 1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446억원, 영업이익 17억원으로 영업이익률 4%를 기록했다. 10년 전 적자 전환 후 일군 첫 ‘흑자다운 흑자’였다.
윤경민 아이리버 국내영업부장은 “아스텔앤컨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가격이 200만~300만원에 달해 수익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아스텔앤컨 판매 호조로 아이리버 ‘mp3·4플레이어’ 제품군 매출은 2012년 146억원에서 2013년 204억원, 지난해 219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154억원어치를 판매해 지난해 실적 70%를 달성했다.
방송용 모니터를 만들던 티브이로직도 프리미엄 오디오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3년 하이파이 뮤직서버 ‘오렌더’를 출시해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 전문 기업으로서 상대적으로 소비자거래(B2C) 시장에 취약했지만 오렌더 브랜드로 프리미엄 입지를 구축했다. 서버 외에도 HDMI 도킹 스피커 ‘캐스트파이7’, 휴대용 앰프 ‘플로우’ 등 관련 제품도 내놓으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에 힘입어 출시 첫해 9억2000만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2억3900만원으로 100% 이상 뛰었다.
◇30~50대 남성이 큰손…“‘취미’가 성장 이끈다”
윤경민 아이리버 부장은 “30~50대 남성이 국내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 큰손”이라고 말한다. 고화질 TV에 걸맞은 오디오를 누리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사운드바를 TV에 번들로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 마니아도 자신의 귀에 맞는 브랜드를 직접 고르는 경향이 뚜렷하다. 카메라가 취미생활로 자리 잡듯 자체적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시장도 대형 홈오디오와 소형 포터블 시장이 각자 특성에 맞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 오디오테크니카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세기AT 황성준 부장은 “홈오디오는 5.1채널 홈시어터가 주류였으나 사운드바 등장으로 시장이 다양해졌다”며 “모바일 기기와 무선으로 연결해 고음질 음원을 즐기려는 수요에 맞춰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터블 제품 또한 스마트폰 번들 이어폰에서 벗어나 블루투스 대중화에 힘입어 다양한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외부 사용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방을 옮겨 다니며 음악을 감상하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황 부장은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은 소비자가 이끌어가고 있다”며 “기업 청음 기회 제공 확대, 취미활동을 바탕으로 한 개인 만족도 상승 수요가 성장 동인”이라고 소개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