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가치사슬(GVC)을 활용한 중소기업 해외 진출 방안을 모색한다. 단독 진출 역량이 미흡한 중소기업을 GVC에 편입해 수출 기회를 제공한다. 수출 대상국과 연결 고리를 확대해 상호 윈윈 효과를 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외 전문가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 GVC 국제 워크숍’을 열었다.
GVC(Global Vaule Chain)는 연구개발(R&D)·제조에서 판매·사후관리에 이르는 부가가치 창출 전 과정이 특정 국가가 아닌 세계 여러 나라에 분산돼 이뤄지는 구조를 말한다. 아이폰은 애플 제품이지만 삼성전자·폭스콘 등 수많은 기업이 미국 외 세계 각국에서 R&D와 조립·마케팅·물류 등에 참여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APEC 정상회의에서 GVC 사업을 주도적으로 제기해 ‘중소기업의 GVC 참여 촉진사업’을 승인받았다. GVC 촉진사업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6개국이 참여한다. 정보기술·전기전자(한국), 자동차(필리핀·말레이시아), 섬유(베트남), 헬스케어(미국), 농식품(태국) 등으로 나뉘었다. 산업별로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포럼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역내 대중소기업 협력사업과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시행한다.
워크숍에 참석한 김기찬 국제중소기업학회장은 “한국 기업이 수출 확대보다 해외직접투자를 늘려 GVC 참여를 강화하는 전략이 더 큰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혜정 경희대 교수는 “해외 하청업체를 활용한 생산공정 재배치와 해외조달 확대가 한국 중소기업에 미치는 효과는 아세안(ASEAN) 지역에서 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세안은 우리나라 주요 수출 지역이다. 지난해 기준 아세안 수출 비중은 14.8%로 중국(25.4%)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다른 아태지역 국가도 GVC를 통한 부가가치 제고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베트남 측 참석자는 “생산·수출이 늘고 있지만 부가가치 관점에서 여전히 노동집약적 가치사슬 비중이 크다”며 “산업클러스터를 활용한 경쟁력 강화 전략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워크숍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보고서를 작성해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APEC 각료회의에 제출한다. 우리 기업이 아태 지역 GVC를 활용해 수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해외 진출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GVC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가치사슬 형성에 참여하는 기업·정부 간 긴밀한 정책공조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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