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국가별 디젤차 규제가 강화되면서 배출가스 시비에서 자유로운 친환경차가 세계 자동차업계 대안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해외뿐 아니라 환경부와 국토부가 보다 엄격한 잣대로 배기가스 배출 검증을 진행하게 돼 자동차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개발과 투자가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IT업체까지 친환경차 사업에 가세했다. 지난 21일 미국 정부 폭스바겐 리콜 명령이 공포되자 애플은 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애플은 전기차 개발 계획을 ‘확정된 프로젝트(Committed Project)’로 정하고 2019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당초 자율주행차 기반 전기차를 개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발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해 일반 전기차로 우선 출시할 계획이다. 애플은 “자율주행 기반 전기차는 장기 계획으로 2019년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자동차개발팀 ‘타이탄’ 인원을 종전 600명의 3배까지 늘릴 계획이다.
테슬라 역시 이르면 이달 전기차 모델을 늘려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X’를 유럽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도 친환경차 공략을 강화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준중형급 하이브리드 전용모델과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출시에 이어 전용 플랫폼을 장착한 순수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라인업도 보강한다. 2020년까지 전 차급의 친환경 라인업을 강화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가 내년 출시 예정인 순수전기차는 해치백 모델로 내연기관 차량과 같은 디자인을 채택한 기존 모델과 달리 전용 디자인과 플랫폼을 갖췄다. 폭스바겐 ‘e골프’와 닛산 ‘리프’ 경쟁모델로 미국·유럽 친환경차 규제에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수소차 라인업도 강화한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 양산한 투싼ix에 이어 수소연료전지차 차기 모델 스펙을 구체화했다. 당초 세단 모델을 검토했지만 발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해 차량 제작과 시장 접근에 유리한 소형 SUV를 먼저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르노삼성과 한국GM도 기존 개조형 전기차가 아닌 전용 플랫폼 기반 순수전기차를 내년부터 출시할 방침이다.
우리 정부 친환경차 보급사업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대기질 개선,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차·하이브리드카·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한다. 보조금 예산을 올해 788억원에서 내년 1048억원으로 확대하고 보급 대수도 올해 3000대에서 8000대(승용차 7900대·버스 100대)로 늘렸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보조금 대상에 새로 넣어 내년에만 4만대 보급을 지원할 방침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