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에 다양한 의견이 난무한다. 방송에서도 핀테크 관련 내용을 다룰 정도로 대중화됐다. 핀테크가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금융 기업에서 유통 기업까지 많은 기업들이 핀테크에 투자를 하고 있다.
요즘 핀테크 화두 중 하나가 규제 철폐다. 규제 ‘제로(zero)’라는 선언까지 등장했다. 규제가 없으면 핀테크가 탄력을 받아 성장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상당히 일리가 있다. 우리나라 규제는 일정한 대상만 허용하는 ‘적극적’ 규제기 때문이다. 이러한 적극적 규제는 과거 우리나라 고속 발전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규제 제로가 과연 핀테크를 성장시킬 수 있을지는 좀 깊이 있는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
첫째, 경제시스템은 하나의 생태계다. 이 때문에 규제 제로가 가져올 부작용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 규제 약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전체 장기 경제 사이클에서 보면 금융 버블이 터진 것이다. 자칫 금융 버블을 다시 키우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기자동차, 모바일 헬스, 인공지능, 3D 프린팅, 드론, 차세대 배터리 기술 등 실질 가치가 전제되지 않은 핀테크만의 성공은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둘째, 규제는 임의로 무엇인가를 통제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합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규제란 금융 역할과 한계의 경계선이다. 시장 실패에 대한 경각심이기도 하다. 시장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강조하고 정부 개입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은 실패로 끝났다. 금융위기, 양극화 등이 그 결과다. 엄연히 시장 실패는 존재한다. 따라서 시장 실패에 민주주의적 백신인 규제도 있어야 한다. 다만 현재와 같은 형태가 아니라 목적론적 규제와 그 적용체계, 그리고 미래전략 지향의 선도적 법·제도가 준비돼야 한다.
셋째, 핀테크 맥락을 읽어야 한다. 구글 트렌드로 조사한 결과 핀테크는 2007년부터 관심을 끌다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화두가 되기 시작했다. 금융과 기술, 특히 IT 융합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핀테크가 존재해왔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사용률은 상당히 높다. 이는 핀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온라인 뱅킹, 홈트레이딩시스템,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에 와서 우리가 핀테크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가치 창출, 새로운 블루오션 등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많은 기업에서 핀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관심을 분산시켜야 할 필요도 있다. IoT, 헬스케어, 3D 프린팅, 드론, AI, 무인자동차, 소프트웨어 교육, 실시간 통역 기술을 통한 글로벌라이제이션 전환 준비 등 헤아릴 수 없는 이슈들이 있다. 이런 이슈 하나하나가 핀테크만큼이나 큰 경제적 비중과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의 이런 흔한 쏠림 현상은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경영진의 한계를 느끼게도 한다.
핀테크는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산업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 핀테크 정책을 준비하거나 사업을 준비하는 경영진이 좀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시각 그리고 목적론적 시각을 갖추기를 바란다.
윤기영 FnS컨설팅 대표 synsaj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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