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아베 신조 내각 출범은 우리 산업계에 ‘엔화 약세’라는 새로운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발판삼아 20년 불황 극복에 나섰지만 우리 기업은 실력 있는 일본 제품 저가공세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전자, 화학, 자동차 등 직접 경쟁하는 분야에서는 위기감까지 더해졌다.
모두가 ‘아베노믹스’를 위기라 말할 때 이를 기회로 살린 중소기업 세 곳을 만났다. KOTRA에서 ‘지사화 사업’ 등 현지 개척 노하우를 지원받아 일본 업계 호황을 새 성장 발판으로 만들었다. 철저한 분석, KOTRA와의 유기적 협업, 끈기 있는 도전이 일본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었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영신특수강은 2013년 3월 일본 진출 전까지 수출실적이 전무한 내수기업이었다. 하지만 KOTRA 오사카무역관에서 지사화사업 지원을 받아 현지 구리모토철공소 납품을 시작으로 구보타, 고베철강, 미쓰비시후소 등으로 거래 접점을 늘렸다. 일본 업계 특성상 즉시 주문을 받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제품 강점을 소개하며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09년 일본에 첫발을 내디딘 플로닉스는 강원 원주시에 있는 화학 설비용 ‘테프론 밸브’ 제조업체다. 금속 밸브 내부에 테프론을 덧대 열과 산성물질로 인한 부식을 막아준다. 하지만 첫 납품은 2011년에야 이뤄졌다. 수요처가 위험한 곳뿐이기에 높은 신뢰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현주 플로닉스 일본법인 주임은 “일본은 가격 경쟁력만으로 뚫리는 곳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혁 KOTRA 일본지역본부장은 “일본은 성숙시장으로 시장을 공략하려면 제품에 ‘알파’를 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일본시장 현실에 따른 맞춤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쿄·오사카(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