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성 KOTRA 오사카무역관장은 일본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에 하는 조언으로 일본 250년 에도 막부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 유훈을 들었다. 도쿠가와는 혼란스러웠던 전국시대 통일을 회상하며 “사람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먼 길”이라며 서두르지 말고 무엇이든 인내심을 가질 것을 후손에게 주문했다.
그는 엔화 약세 이후 변화하는 일본 경제동향 파악을 당부했다. 엔저 호황 바탕이 된 엔화 강세 시절 확보했던 원자재가 바닥을 보이는 등 경제여건이 아베 신조 내각 출범 때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관장은 “엔저는 경제를 출렁이는 파도”라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일본 국내물가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발 일본 업계 호황에 우리 기업 대응방안으로는 ‘일본 기업 해외 사업장 공략’을 꼽았다. 전자, 자동차 등 일본 대기업이 국내외 수주를 늘리는 가운데 달러로 거래하는 해외 사업장에 수출하면 일본 기업 호실적을 누리면서도 엔저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는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업 마쓰다가 히로시마보다 멕시코 생산에 집중하는 등 기회도 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 기업 대일 자동차 부품 무역수지는 사상 첫 2300만달러 흑자를 이뤘다. 적극적으로 일본 업계 문을 두드린 우리 업계 품질향상 및 현지화 노력이 컸다.
일본 자동차 업계도 과거와 달리 한국산 자동차 부품 성능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최 관장은 “자동차 부품은 모델이 정해지면 단종 때까지 장기 계약해 일본 업계와 신뢰를 쌓는 데 제격”이라고 소개했다.
KOTRA 오사카무역관은 오는 11월 25일부터 사흘간 오사카에서 대규모 한국 상품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소재·부품 및 소비재 중심 산업구조를 가진 간사이 지방을 겨냥해 관련 분야 우리 기업 100개가 참여한다.
일본 대기업 25개와 우리 기업을 연결하는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도 추진한다. 현재 고베철강, 구리모토,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함께하고 있다. 지사화사업 담당 직원 열 명도 우리 중소기업 일본 진출을 돕는다.
최 관장은 “일본 진출은 첫 단추를 끼우는 게 어렵다”며 “단 1달러도 수출하지 못하던 기업이 일본에서 연간 20만~30만달러 실적을 올리는 사례가 나올 정도로 신뢰와 품질로 승부를 건다면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이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오사카(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