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 김태우 기자] 한국시각으로 9월 17일 새벽 2시, 애플이 iOS 9을 정식으로 배포했다. iOS는 보통 6월에 열리는 WWDC에서 공개하고, 3개월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후 9월 아이폰 발표에 맞춰 정식 버전을 내놓게 된다.
매번 WWDC 발표 직후 개발자 버전이 나오면 설치해 사용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이패드에서만 사용해봤다. 그리고 정식 발표 후 아이폰에 iOS 9을 설치해 보니 아이패드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빨리 관련 글을 쓰고 싶었지만, 제대로 경험해 보지 않고선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기에 결국 정식 버전이 나오고 2주나 지난 후에야 아이폰에 설치한 iOS 9에 대해 비로소 정리해 볼 수 있게 됐다.
저장공간 부족해도 쉬워진 설치
작년 iOS 8이 나왔을 때 저장 공간 부족으로 업데이트에 곤란을 겪은 이가 많다. 설치 파일이 5~6GB나 되다 보니, 특히 16GB 아이폰을 쓰는 이들은 업데이트가 쉽지 않았다. 애플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다음번엔 이를 꼭 개선하고자 노력을 많이 한다. 그렇다. iOS 9에서는 저장 공간 부족으로 업데이트하지 못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일단 설치 용량이 1~1.5GB로 대폭 줄었다. 여기에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면 임시로 앱을 삭제해 공간을 확보하고,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자동으로 앱을 다시 설치한다. 물론 앱 데이터는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 때문일까? iOS 9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애플 앱스토어를 방문한 기기들을 조사한 결과 사흘 만에 사용 비율이 50%를 돌파했다.
능동적인 iOS
애플은 작년 iOS 8에서 앱과 앱 간의 데이터 전송을 허용한 바 있다. 그동안 보안을 이유로 이 부분이 지원되지 않았다. iOS에서 보안 강화를 위해 채용한 샌드박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정한 정보만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보안 영역을 만든 것.
그런데 iOS 9에서는 이 데이터 통로를 활용해 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흐르게 했다. 사용자가 수동으로 가져와야 했던 데이터를 자동으로 가져와 처리하는 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Proactive Assistant, 능동적 비서) 기능을 만든 것. 더는 앱이 개별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iOS 안에서 하나의 세포처럼 작동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생명체를 만든 것.
능동적 기능을 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주소록 검색이다.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지 않아도, 메일에서 찾은 연락처를 보여준다. 받은 메일에 연락처 정보가 있다면, 바로 주소록에 추가하는 버튼이 생기게 되고, 일정 관련 내용이 있다면 캘린더에 추가된다. 여행 일정표를 이메일로 받았다면, 바로 캘린더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을 경우에도 메일에서 해당 번호를 검색해 발신자 추정을 해준다. 몇 번 발신자 추정 정보를 받았는데, 은근 유용했다.
다만, 2주가량 iOS 9을 써보니 메일에 일정 관련 내용이 있어도 캘린더에 바로 추가가 되지 않는다. 아직은 한글에서 이 기능이 완벽하게 지원이 되지 않는 듯 하다. 차차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
검색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앱 내부 문서 검색은 해당 앱을 실행해야 했는데, iOS 9에서는 기본 검색인 스팟라이트에서 이를 할 수 있다. 에버노트를 직접 실행하지 않아도, iOS의 스팟라이트로 에버노트 내의 문서를 찾을 수 있는 것. 데이터의 접근 또한 한결 편해진 셈이다.
시리와 능동적 기능
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는 시리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좀 더 자연스럽고 복잡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사진은 날짜와 장소 등을 토대로 검색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줘`라고 말하며, 사진첩에서 해당 사진만 보여준다. 사파리에서 웹페이지를 보다가 시리 버튼을 누른 후 `이거 여덟 시에 알려줄래`라고 하면 미리 알림이 생성된다.
iOS 9의 첫 화면에서 왼쪽으로 넘기면, 이전에 없던 화면이 추가됐다. 예전에 검색 기능인 스팟라이트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iOS 7에서 해당 화면을 없앴다. 대신 화면을 아래로 끌어내리면 스팟라이트가 나타나게 해 접근성을 높였다.
iOS 9에서는 다시 이 화면을 살렸고, `시리 제안` 기능이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연락처와 앱을 표시해 주며, 인근 위치 정보(Nearby)도 제공한다. 현재는 인근 위치 정보는 표기되지 않는다. 해당 서비스가 국내 지역까지 확장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또한 곧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능동적 기능은 이제 발걸음을 뗀 상태다. 아직 앱 단위에서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유기적 연결이 좀 더 유연해질 필요는 있다. 사진 앱에서는 날짜와 장소 등 시리를 통해 검색할 수 있지만, 일반 앱에서는 시리 검색이 작동되지는 않는다. `김기사에서 여의도 가는 길 찾아줘` 같은 명령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앱과 앱 간의 연결이 앞으로 더 강하게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면, iOS는 더욱 확장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애플워치를 사용함에 큰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시리 제안 화면과 스팟라이트는 다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정식 버전에서는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대로다.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뉴스는 구독 플랫폼
`뉴스`는 iOS 9에 새롭게 추가된 앱이다. 다양한 매체의 기사를 뉴스 앱을 통해 편리하게 구독할 수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만 서비스되며, 이미 여러 매체가 제휴를 통해 콘텐츠를 배포하고 있는 상황.
재밌는 것은 제휴하지 않은 사이트도 뉴스에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가하기를 원하는 사이트에 접속 후 공유 버튼을 누르면, 뉴스에 추가하기 메뉴를 볼 수 있다. 이를 선택하면 뉴스 앱에 추가된다.
한참 RSS가 붐을 이룰 때 전용 구독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사이트의 정보를 한 곳에서 모아 볼 수 있었지만, 소셜 미디어의 성장으로 RSS 구독 서비스는 사라져 갔다. 하지만 여전히 사용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편히 보길 원하고, 플립보드 등의 콘텐츠 큐레이션 앱이 모바일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iOS 9에 새롭게 등장한 뉴스 앱은 제휴 된 매체만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든 추가해 아이폰에 최적화한 형태로 이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콘텐츠 소비에서 사용자 경험을 애플이 직접 챙기기 시작한 셈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iOS
지금까지의 iOS는 사용자가 일일이 정보를 관리해야 하는 수준이었다면, iOS 9을 기점으로 데이터를 알아서 관리하는 형태로 진화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보안을 중시하는 덕에 애플은 iOS 8에서 기초 작업을 했고, iOS 9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매년 iOS가 나올 때마다 점점 지능은 좋아질 것이고, 다음에는 이용자의 사용 패턴을 통한 맞춤 기능으로 진화할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이런 기능들이 온라인상의 클라우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기 단에서 진행된다는 점은 개인 정보를 팔지 않는다는 애플의 기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그 때문에 한계는 분명하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또하나의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