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기금과 시설 장비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반쪽짜리 기관으로 출범한다.
대전시는 2년여 준비 끝에 대전테크노파크(대전TP) 내 정보기술(IT) 관련 조직과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을 합쳐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을 설립, 5일 개원식을 갖고 본격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새로 출범하는 진흥원은 지역 IT산업과 문화기술(CT)산업을 전담 지원하게 된다. 조직은 정책기획부, IT사업부, CT사업부, 경영관리부 4부 8팀 체제로 운영된다.
진흥원이 IT·CT 지원기관 모습을 갖췄지만 뒷받침돼야 할 예산과 시설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개원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여기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대전시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당초 대전시는 진흥원 설립 과정에서 미래부와 협의를 거쳐 대전TP가 보유한 IT산업육성기금 50억원을 진흥원으로 이관, 지역 SW산업 발전에 활용하려 했다.
IT산업육성기금은 지난 2000년대 초 정보통신부가 ‘지역소프트타운 지정 및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지자체와 매칭해 조성한 재원이다. 당시 대전시는 국비 25억원을 지원받아 총 50억원 규모로 기금을 조성했으나 현재까지 사용하지 않고 적립해 왔다.
기금 문제는 감사원이 2013년 9월 IT산업육성기금 관리 주체인 미래부에 ‘지역소프트타운 출연금 잔액 환수’ 처분을 내리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대전시가 예치한 기금을 당초 목적인 지역소프트타운 활성화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으니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미래부는 대전시가 진흥원을 설립하면 기존 목적에 맞게 조직과 기금을 이관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감사원을 설득해왔다.
하지만 산업부 입장은 다르다. 기금이 대전TP 설립 시 기본 자산으로 편입된 만큼 사업계획서 내용에 맞게 대전테크노파크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대전TP가 보유한 IT·SW 관련 시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래부와 대전시는 대전TP가 보유한 IT전용벤처타운과 네트워크장비, 입주기업 등을 진흥원으로 이관하려 협의 중이나 아직까지 산업부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진흥원은 기관 성장동력이 될 재원과 시설 없이 조직과 사업만 TP로부터 따로 떼내 출범하는 모양새가 됐다.
문창용 대전시 문화산업과장은 “미래부, 산업부와 협력해서 기금이 정부에 환수되지 않고 대전 발전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성찬 미래부 사무관은 “산업부와 견해 차이는 존재하지만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기관을 이끌고 나갈 사령탑을 아직도 선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역에서는 새롭게 출범하는 기관인 만큼 ICT산업에 전문성이 높고 행정 경험과 리더십을 갖춘 인사가 원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하지만 대전시는 기관부터 출범시키고 절차를 밟아 원장을 공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대전발전연구원 모 인사 내정설이 나돌고 있다며 대전시가 낙하산 인사를 원장에 앉히려 하기 위해 공모를 늦춘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한 지역산업 전문가는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진흥원을 설립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고 출범한다 해도 기존 TP에서 사업을 추진하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며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을 출범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