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과 수입이 9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과 수출 증가 추세가 끝날 공산이 커졌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과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 21.8% 감소한 435억달러와 346억달러에 머물렀다. 수출·수입 모두 1월 이후 9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1~9월 누적 기준으로도 수출은 6.6%, 수입은 16.5% 감소했다.
유가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관련 제품 수출 부진이 이어졌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 대비 35.3%, 25.0%씩 급감했다. 석유제품 수출 단가가 1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탓이다. 선박 수출도 경기침체 여파로 일부 물량이 지연되면서 20.4% 감소했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해외 생산기지용 부품 공급 확대에 힘입어 40% 늘고, 자동차부품·가전 수출이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 눈에 띈다.
지역별로는 중국 수출이 3개월째 줄어든 가운데 EU 수출이 올해 처음 증가세로 전환됐다. EU 수출수요가 완만한 회복을 보이고 있지만 추세적인 것인지는 단정 짓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9월 수입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 감소세를 기록했다. 자본재·소비재 수입은 늘었지만 원자재 수입이 40% 가까이 줄었다. 수입물량 보다는 유가 하락 등 가격 요인이 큰 것으로 풀이됐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덕에 무역수지 흑자 기조는 유지됐다. 9월 무역수지는 89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44개월째 흑자 행진이지만 ‘불황형 흑자’ 지적이 끊이지 않아 빛이 바랬다.
정부는 10월 수출도 전년 대비 성장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인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북미 블랙프라이데이, 유럽 박싱데이 등 주요 시장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수출이 늘어나겠으나 지난해 10월 사상 최대 수출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년 대비 증감률은 마이너스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에도 수출 회복이 어려워지면서 2012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우려된다. 2011년부터 이어온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9월 누적기준 수출은 397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50억달러에 6% 가량 못 미친다. 무역규모는 7279억달러로 지난해 8212억달러에 비해 11.4% 부족하다. 정부가 수출 회복을 위해 단기, 중장기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연내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이 실장은 “무역 1조달러 여부를 지금 시점에서 명시적으로 말하긴 이르다”며 “달성 여부는 상당 부분 유가(흐름)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표] 9월 수출입 실적 (단위:억달러,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