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내년 자차 적용 부품 협력사에 EU ELV 인증 의무화… 전장품으로 적용범위 확대

현대·기아차가 내년부터 전 차종에 납과 수은, 카드뮴, 6가크롬 등 유해 중금속 사용을 제한하는 ‘유럽연합(EU) 폐차처리지침(ELV)’ 인증을 받은 전장부품만 사용키로 했다. 국제적인 환경 규제 강화에 맞춰 협력사 소재·부품 공급망부터 정비한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 CI
현대차그룹 CI

내년 1월부터 현대·기아차에 전장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는 EU ELV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일반 부품에서 최근 차량 내 비중이 늘고 있는 각종 전장부품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ELV는 2000년대 들어 EU가 자동차 폐기물 재활용 촉진을 위해 시행한 지침이다. 자동차 제조업체와 판매업체에 폐차 무료 수거의무와 재활용·재생 의무화 비율을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부품에 납 등 4개 유해물질 사용을 금지한다. 국내에선 ‘자원순환법’으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등 해외 각국도 관련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대체 소재와 기술 확보를 위해 일부 유예·예외 조항을 두고 점차 적용 범위 확대를 확대해 왔다. 전장부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전자회로기판(PCB) 솔더용 납과 구성품 도금용 납 소재 등이 내년 1월부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기아차는 수년 전부터 부품 공급망 내 협력사에 관련 지침을 전달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수만종 부품과 다양한 화학물질 원·부자재를 일일이 검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별 협력사단에서 친환경 소재·부품 개발과 기술 확보가 이뤄지도록 유도한 것이다.

관련 소재부품업계는 인증 의무화를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지난 6월 희성소재, 중앙금속 등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친환경 무연(Pb-Free) 용접(납땜) 소재 특허 4건이 ‘연솔더합금-화학성분 조성과 형태’ 등을 규정한 ISO9453 국제표준에 처음으로 등재됐다.

EU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에 따라 무연 용접소재는 가전제품에 이미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기 위해선 강한 진동과 충격, 열 등에 견딜 수 있는 보다 엄격한 신뢰성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전자회로기판용 도금 소재도 납 합금을 대체하기 위해 금과 유기땜납보조제(OSP), 주석 등을 활용한 공정 기법·소재 확보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 등 외산 제품 시장 선점에 대비해 국산화가 시급한 부분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07년부터 전담팀을 만들어 EU뿐만 아니라 국내 규제에도 대응하고 있다”며 “확산·변화하는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