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비즈니스맨 vs 매니저

[프리즘]비즈니스맨 vs 매니저

재계 경영진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실제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비즈니스맨’과 관리·지원을 담당하는 ‘매니저’다.

비즈니스맨은 기업 매출과 이익을 책임지기 때문에 더 주목받는다. 좋은 제품이 나오면 ‘○○표 제품’이라거나 그 사람을 가르켜 ‘미스터 △△△’라는 별칭이 붙기도 한다. 성과급을 포함한 급여도 대충 매니저보다 비즈니스맨이 많다.

재계 경영 사이클상 상반기는 비즈니스맨, 하반기는 매니저의 시기다. 상반기는 비즈니스맨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해외 전시회와 주요 국가를 돌며 이벤트를 주도할 때다. 반면에 하반기는 재계 인사 시즌과 맞물렸다. 기획과 인사, 재무 담당 등 평가 업무를 맡은 경영진 목소리가 커진다.

인사는 만사다. 회사 경영철학과 향후 비전까지 모두 인사에 반영된다. 경영진에 대한 충성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우리 기업체 인사 시즌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여름 휴가철만 지나면 포괄적 인사 시즌이다. 1년의 절반이 인사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인사와 평가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없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맨은 9월 이후에는 바짝 몸을 낮춘다. 더구나 올해처럼 기업 실적과 전망이 좋지 않은 때는 더욱 그렇다.

큰 투자 결정이나 공격적 마케팅은 가급적 줄인다. 외부 행사에도 가급적 노출되지 않으려 한다. 새로 무엇을 시도하기보다는 책잡힐 과실을 줄이는 데 더 노력한다. 일부 인사는 고유 업무보다 인사·기획 부서 동향과 최고 결정권자 행보에 촉을 더 세운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이 많다. 슛을 하지 않고는 골이 들어가지 않는다. 인사철이라며 수개월을 숨죽이고 있기에는 주변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비즈니스맨이 평가에 몰입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런 환경 조성은 횡적 관계에 있는 관리자가 부여할 수 없다. 전적으로 최고 결정권자 몫이다.

전자자동차산업부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