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는 최근 실손보험료를 2-7% 정도 인하하는 방침을 발표하여 시행하기로 하였다. 금융당국이 보험 가입자의 자기 부담금이 적어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비급여 자기부담금을 기존 10%에서 20%로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의료비용을 보전해주고, 갑작스러운 의료비 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어, 20세 이상 성인남녀 2명 중 1명이 가입해 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은 보험상품이다. 특히 한꺼번에 목돈이 들어갈 의료비를 소액의 정기 지출로 대비할 수 있게 해주고, 다른 상품에 비하여 보험금을 타기가 쉬워 가성비가 가장 좋은 보험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의료행위를 권유하여야 할 때, 심리적인 부담을 덜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이와 같이 실손보험은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모두 매력적인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양쪽 모두에게 부담감이 덜하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심각한 범죄행위로 나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손해보험업계에서 ‘실손보험이 보험범죄의 온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손보험의 악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가장 흔한 경우가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하여 서류상 입원을 하는, 속칭 ‘나이롱 환자’의 경우이다. 실손보험은 보통 입원 치료의 경우 통원 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보험금을 더 받을 욕심에서 병원과 공모하여 입원을 하지도 않고 입원확인서만 발급받아 제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이롱 환자들과 여기에 가담한 일부 몰지각한 의료인들이 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대법원은 형식적으로 입원절차만 밟은 후 자유롭게 외출과 외박을 하였던 환자에 대하여,“환자가 입원 수속을 밟은 후 고정된 병실을 배정받아 치료를 받는 형식을 취하였고 병원에 6시간 이상 체류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 치료를 받은 시간과 치료의 내용, 목적 등을 종합하여 치료의 실질이 입원치료가 아니라 통원치료에 해당한다면, 보험사에 입원확인서를 제출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은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6. 1. 12. 2004도6557 판결).”라고 판시한 바 있고, 나아가 입원이 필요 없는 이들에게 형식상 입원치료를 받도록 한 후 입원확인서를 발급해준 의사에게도 사기방조죄를 인정한 바 있다(위 2004도6557판결).
또 한 가지 경우는 보험금을 노리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이다. 환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하여 질병, 사고 등의 발생 시기나 원인, 치료내용에 관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이미 기재된 내용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고, 의사가 이에 응하는 경우이다.
의료법 제22조 제3항은 의료인이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러한 행위는 같은 법 제88조에 의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또한 이 경우 이러한 행위로 얻은 경제적 이익 역시 몰수될 수 밖에 없다.
현재 국회에서는 형법에 보험사기죄를 추가하는 개정안도 논의되고 있다.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연간 5조 5,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보험사기를 묵과할 수 없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실손보험을 둘러싸고 횡행하는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인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실손보험을 악용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가 결국은 부메랑처럼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힘있는 당사자인 보험사들은 기존의 안이한 대응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관련 당사자 모두가 실손보험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할 때, 실손보험은 우리 사회에 ‘그림자’가 아니라 ‘빛’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