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단말기 시장 커지는데...국내 제조업계엔 `그림의 떡`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연이은 신제품 출시로 활기를 띄고 있지만 국내 소재와 제조업계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핵심 소재인 전자종이(전자잉크) 패널은 대만 ‘e잉크(e-Ink)’가 독점 공급하고 단말기 제조 역시 대부분 대만 제조대행 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주요 인터넷 서점이 공동 출자한 전자책 전문업체 한국이퍼브는 최근 6인치 패널에 300PPI 고해상도를 갖춘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카르타’를 출시했다. 전자책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리디북스도 ‘리디북스 페이퍼’를 출시, 전자책 단말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크레마 카르타
크레마 카르타
리디북스 페이퍼
리디북스 페이퍼

두 제품 모두 일반 종이책과 비슷한 느낌으로 눈 피로도가 낮고 전력 소비량이 적은 흑백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작동 속도 향상과 소프트웨어 최적화 등 기기 성능을 개선했다. 기존 출시됐던 전자책 단말기에 비해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다. 보위에 등 제조 기술력을 높인 대만업체 등과 협력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마 카르타와 리디북스 페이퍼에 전자잉크를 공급하는 대만 e잉크는 아마존 킨들 등 해외 전자종이 기반 단말기 대부분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전자종이를 개발한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 일부가 독립해 설립한 이 회사는 전자종이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 2008년 LCD전문업체 하이디스를 인수, 올해 공장폐쇄와 정리해고를 단행해 논란을 빚었다. 하이디스 사업 존속보다는 광시야각 원천기술 등 기술료 수입과 특허권 본사 이전 등에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전자종이는 실제 종이처럼 유연하게 만들 수 있고 기존 LCD디스플레이 대비 소비전력도 낮아 전자책 단말기뿐만 아니라 전자가격표시기(ESL),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사이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늘고 있다. 일부 소재업체에서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소재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웨어러블 기기와 ESL에는 일본 샤프 등 다른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도 사용되지만 전자책 단말기는 대부분 e잉크가 독점하고 있다”며 “단말기 조립도 전자책 콘텐츠를 가진 업체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만 제조업체를 선택하면서 국내 제조업계는 별다른 수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