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팬택, 다시 벤처 `초심`으로

팬택이 8일 벤처 연합인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안긴다. 16일 관계인집회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잔금이 완납되는 이날이 사실상 팬택 재탄생일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알듯 팬택은 벤처로 출발했다. 삼성·LG가 양분한 휴대폰 시장에 겁 없이 뛰어들어 독창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고 팬덤을 만들어냈다. 글로벌 제조업 위기를 한발 앞서 맞은 팬택은 이후 파산 직전까지 몰렸고, 최근 1년간 재고를 팔아 근근이 버텨왔지만 이자조차 낼 수 없는 초라한 처지였다.

이제 한 기업의 ‘탄생-성공-정체-쇠락’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벤처 품으로 안긴다. 어찌 보면 천륜과도 같은 운명의 유전이다. 벤처로 살아 기업이 번성하고 쇠락하더니 다시 벤처로 새 출발점에 서는 것이다.

벤처는 ‘도전’과 ‘다른 것’으로 상징된다. 팬택은 지난 1년 이상 멈췄던 도전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컨소시엄이 노리고 있는 첫 시장은 인도네시아다. 인구 2억5000만명 거대시장에서 새로운 도전과 성공사를 써나가길 많은 팬택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또 하나 벤처는 기존과는 ‘다른 것’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고착화된 글로벌 고급 스마트폰시장에서 팬택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여기에 승부를 걸었다간 실패할 확률이 훨씬 크다.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크게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저가폰 시장에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역시 중국이 만만찮은 상대가 될 것이지만 기술과 패기를 가진 팬택이라면 뚫지 못할 난공불락도 아니다.

팬택 1기 생을 아름답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영속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마감했다. 이제 팬택 2기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사를 그리는 또 하나의 신화로 이어져야 한다.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 휴대폰시장의 다양성과 선택권 향상에 기여한 팬택을 기억한다. 다시 뛰는 팬택이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바란다. 한국시장에서도 화려한 컴백 무대를 꾸며주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