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론 시카노버·알렉산더 미러노프 교수 "노벨상, 과학목표가 돼선 안 된다"

“새로운 발견은 첨단 장비를 통해 이루어진다.”-아론 시카노버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교수

“장비도 중요하지만, 팀워크도 무시할 수 없다.”-알렉산더 미러노프 이탈리아 암연구재단 교수

[인터뷰]아론 시카노버·알렉산더 미러노프 교수 "노벨상, 과학목표가 돼선 안 된다"

최근 제4회 분석과학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세계적 석학 두 명이 과학에 대한 철학 보따리를 풀어놨다.

이 자리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정광화)이 마련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연구원 본관 2층 접견실에는 정광화 원장도 배석했다.

아론 시카노버 교수와 알렉산더 미러노프 교수는 과학기술 인프라 중요성에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냈다.

시카노버 교수는 지난 200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미러노프 교수는 전자현미경으로 질병을 찾는 암 전문가다.

시카노버 교수는 “단백질이나 핵자기공명영상장치(NMRI), 이미징 분야 등이 특히 장비구입에 예산이 많이 드는데 이를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이 보유하고 연구자들은 공동 활용하고 있다”며 “새로운 발견은 최첨단 장비로 해야 하는 기조로 과학기술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러노프 교수도 “수준 있고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장비는 기본이다. 하지만 팀워크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러시아 제자에게 장비와 예산을 줄 테니 러시아로 가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다들 가지 않겠다고 대답한다”며 “그 이유가 팀워크에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의 궁극적인 목표가 노벨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도 내놨다.

시카노버 교수는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과학을 하는 궁극 목표”라며 “국가 목표가 노벨상 수상이어선 곤란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노벨상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인물로 김성호·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이름을 찍어 거론하며 “조만간 한국도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카노버 교수는 사울싱어가 쓴 ‘창업국가’에 대해 “이스라엘 국민성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 타고 난 무엇이 있다”며 “그러다 보니 바이오나 제약 등 시간 많이 걸리는 것보다 IT나 닷컴 등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시카노버 교수는 이스라엘에 삼성이나 LG, 현대처럼 대기업이 없는 것은 “전쟁 등 환경요인으로 인해 큰 인프라를 만들 수 없고 삼성 같은 회사를 쪼개 수천개를 만들어 놔야 안전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는 사업이 성공하게 되면 투자한 금액만 회수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비율 지분을 정부가 확보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100만달러를 투자해 1000만달러 가치 회사가 되었다면 100만달러를 돌려받는 것이 아니고 25%인 250만달러를 돌려 받는다”며 “실패하면 하나도 받지 못하지만 이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러노프 교수는 현재 혈액 속 RNA로 어떻게 암을 발견할 것인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암이 발병한 환자는 혈액 속 이중나선 RNA 수치가 급격히 올라간다는 점을 최근 발견하고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 창업을 준비 중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