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핫테크]출혈을 막기 위해 스스로 낫는 미세 입자

과다출혈은 사고로 인해 상처가 발생하거나 수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외상으로 인한 외부 출혈도 물론 위험하지만 몸 안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장기 등에서 발생한 출혈은 특히 지혈이 어려워 위험하기 때문이다. 의료자원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선 사고뿐만 아니라 여성의 출산 중에도 출혈로 인해 산모가 위험해지는 경우가 많다.

출혈을 멈추기 위해 수백가지 혈액 응고 약품이 만들어졌지만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 연구진은 몸 안에서 일어난 출혈을 막는데 효과적인 입자를 개발했다. 출혈이 일어나는 부위로 스스로 이동해 응고제를 전달하는 ‘자가 추진 입자’다.

상처 부위 압박 등 전통적 지혈 방법은 출혈이 자궁이나 부비강, 복강 등 신체 내부에서 일어났을 때는 효과가 크지 않다. 혈관 속을 빠르게 흐르는 혈류에 대항해 출혈 지점까지 도달하고 혈액 응고성분이 포함된 약품을 전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생화학 공학자, 응급 의료진 등과 협력해 간단하게 가루 형체로 적용할 수 있고 기체를 생성하는 탄산칼슘 미세 입자를 개발했다. 이 입자들은 제산제 알약처럼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며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고 출혈 지점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탄산칼슘 입자는 트레넥사민산(tranexamic acid)으로 알려진 응고제와 결합, 손상된 조직 안 깊숙한 곳까지 수송할 수 있는 다공성 입자를 형성한다.

시험관에서 입자 이동을 연구하고 모형화한 후 두 가지 동물 모형을 이용해 결과를 확인했다. 고동맥에 대한 총상 등 큰 출혈 상황을 모방한 시나리오에서도 효과적으로 출혈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인체에 적용하고 시장에 내놓기 전까지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시험이 필요하지만 새로운 지혈 방법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코 안쪽에 있는 부비강을 치료하는 수술부터 전쟁 부상 치료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출산 후 출혈을 해결할 수 있는 용도로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출산 후 자궁에서 손상된 혈관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해당 영역에 가루를 적용함으로써 미세 입자들이 손상 혈관을 찾아내 지혈하게 하는 것이다. 수혈용 혈액과 의료 자원 등이 부족한 환경에서 과다출혈로 인한 산모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