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화성 관측 장비가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일부 지표면에 액체 상태 물이 흐르고 있다는 근거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NASA 연구진은 계절 변화에 따라 어두운 경사면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RSL(Recurring Slope Lineae) 지형에서 폭 5m, 길이 100m 내외 소금물 개천 형태 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화성에 물이 흘렀던 흔적과 얼음 형태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각각 밝혀졌지만 액체 상태 물이 흐른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은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번 발견은 인간의 화성 거주 가능성과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함께 시사하며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때 마침 화성에 홀로 남겨진 인간이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영화 ‘마션’이 국내 개봉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NASA 발표로 화성에 관한 일반인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흥행을 예고했다.
NASA 탐사대 일원으로 화성을 탐사하던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모래폭풍에 휘말린다. 동료들은 와트니가 죽었다고 판단해 그를 남기고 화성을 떠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와트니는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생존 방법을 모색한다. 결국 그는 천신만고 끝에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지구에 알린다. NASA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제작한 마션은 화성에 관한 과학적 호기심과 휴머니즘을 함께 선사하는 수작이다.
화성은 지구에서 약 7000만㎞ 떨어진 태양계 제4행성이다. 달을 제외하면 우주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다. 희박하지만 수분과 산소가 존재한다. 자전축이 25도가량 기울어져 계절 변화도 일어날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각국은 인류가 지구와 흡사한 환경을 갖춘 화성에 정착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위해 잇따라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벤처기업 ‘마스 원(MARS ONE)’은 인류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세계 각국에서 지원한 20만명 가운데 100명을 이주 후보자로 선발했다. 오는 2026년 최종 선발된 24명을 화성으로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지구 귀환 일정이 없어 윤리적 논란도 야기됐다. 세계 과학계는 마스 원 프로젝트가 관련 지식·기술 등이 철저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NASA는 오는 2020년 새로운 탐사 로봇(로버)을 화성에 보내는 ‘화성 2020 로버’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과학 선진국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화성에서 물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외계 생명체 존재 증거를 수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NASA는 늦어도 2039년까지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