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일본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17개월 연속 순유입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일본공적연금(GPIF)이 위험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 개편을 발표한 이후 17개월째 일본계 자금이 국내 증시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유입된 일본계 자금 규모는 5조2000억원선으로 미국 13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6월 이후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순매도액만 8조7000억원이 넘는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커진 8월에는 4조원 이상을 내다 팔았다. 국적별로는 유럽계 자금이 3조원 넘게 팔았고 케이만군도 등 조세피난처 국가도 2조원가량 매도했다. 반면에 아시아 국가는 4640억원 순매수했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본공적연금은 자국 채권 비중을 줄이고 해외 채권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유사한 신용등급 국가 중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한국에 투자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일본의 다른 공적 연기금 역시 일본공적연금의 투자형태를 따르고 있어 국내 증시로의 자금유입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공적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는 목표치에 근접한 상태로 국내 주식 매입 여력은 1조원가량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른 대형 기관이 잇따라 우리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일본우정(우체국) 산하 유초은행과 간포생명보험이 일본공적연금의 뒤를 따를 전망이다.
유초은행 운용자산은 현재 207조엔이며 이 가운데 46조엔을 해외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일본공적연금에 이어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유초은행은 2017년까지 해외 주식 및 채권 투자를 30% 늘려 60조엔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총자산 87조엔인 간포생명보험 역시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일본 기관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나라로의 자금 유입도 확대된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은행(BOJ)은 최근 열린 금융정책위원회에서 통화정책 유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확대 기대감이 남아 있다. 7·8월 연속 산업생산이 감소하며 3분기도 일본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해 또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30일 예정된 금융정책위에서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일본은행 통화완화 정책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경기위축을 예상하면서도 추가 대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뢰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