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일본·한국 등 주요 20개국(G20)이 이르면 내년부터 다국적 기업 조세 회피를 막는 ‘구글세’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논란을 반복하던 다국적 기업 조세 사각지대 문제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현지시각) 페루 리마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및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해 세계 경제 현황을 공유하고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2년에 걸쳐 논의한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대응 방안을 승인했다. 기업이 실제로 활동하는 국가에서 세금을 내도록 규정했다. 다음 달 터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면 각국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금 회피를 막는 제도를 도입한다.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은 국제조세제도 허점이나 국가 간 세법 차이를 이용해 세 부담을 회피하는 행위다. 그간 구글·애플·아마존 같은 다국적 기업은 법인세가 높은 국가에서 거둔 수입을 지식재산권 사용료나 경영자문 수수료 명목으로 법인세가 낮은 나라로 넘겨 신고했다. 다국적 기업이 이런 식으로 줄이는 세금은 매년 세계 법인 세수 4~1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도 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행위는 공공연히 이뤄졌다. 2013년 한국내 해외법인 9532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4752개 기업이 법인세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이 중 매출 1조원 이상인 기업이 15곳이다. 이익이 나지 않으면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지만 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행위로 이익이 ‘0원’이 됐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구글은 매년 한국에서 앱 판매로 약 1조5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나 아일랜드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회피했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 대부분은 공시나 외부감사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다. 당국이 정확한 수익구조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BEPS 대응 방안이 국제조세개혁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단기·잠재 성장률 제고,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실업률 감소, 금융안정성 리스크 관리, 무역 활성화를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IMFC는 IMF 주요 의제를 논의하는 자문기구다.
IMFC는 “모든 형태 보호주의와 경쟁적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확인한다”며 “선진국은 중앙은행 임무에 부합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 경제 여건을 고려해 재정정책을 유연하게 이행할 것”이라며 “성장률 제고, 일자리 창출,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 지속가능한 수준 유지 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S&P 관계자를 만나 한국 경제 동향과 구조개혁 진행 상황을 소개했다.
최 부총리는 알라스테어 윌슨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에게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무디스 긍정적 전망이 이른 시일 내 실제 등급 상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지난 4월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이고 신용등급은 기존 ‘Aa3’를 유지했다.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인 것은 향후 6~24개월 사이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최 부총리는 존 체임버스 S&P 국가신용등급 평가위원장과 만나서는 “최근 S&P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 조정한 것을 계기로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