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막막한 스마트폰 시장... 부품업계 `B2C`, `자동차` 에서 생존 모색

[이슈분석]막막한 스마트폰 시장... 부품업계 `B2C`, `자동차` 에서 생존 모색

국내 전자산업 분야 성장을 이끌던 스마트폰이 지난 2013년 정점을 찍은 후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계 시장 주도권 일부를 쥐고는 있지만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등 신흥국 추격과 시장환경 변화에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다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산업 발전에 힘입어 몸집을 키워온 국내 후방 부품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매출 대부분을 스마트폰 관련 부품에 의존하는 기존 구조로는 앞으로 사업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부품업계가 ‘포스트 스마트폰’ 모색에 분주하다.

최근 국내 스마트폰 산업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부품 업계는 새로운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활로 찾기에 나섰다. 특히 기존 기술력과 생산 설비 등을 활용해 자체 사업에 나설 수 있는 소비자 판매(B2C) 제품군과 전장부품 비중이 늘고 있는 자동차 분야에 진출하고 빠른 속도로 성장한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잡으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부품업체 한 임원은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에 매출이 소폭 올랐다가도 금세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단기 수익성 개선뿐만 아니라 장기적 사업 존속 차원에서 스마트폰 이후 그 무언가를 찾고자 다들 고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IT 플랫폼 ‘자동차’

삼성그룹 부품계열사인 삼성전기는 지난해부터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신규사업과 신상품 기획을 전담하는 신사업추진팀 내에 ‘오토모티브 사업팀’을 꾸리고 전장부품 시장 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카메라모듈과 MLCC, 무선충전 등은 자동차와도 접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최근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전장부품 관련 업체 글로벌 인수합병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전장부품 사업에서 상당한 기반을 쌓았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기업 독일 콘티넨탈로부터 최우수 협력사상을 수상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고 매출 기여도 점차 늘고 있다. 전장부품으로 지난해 1조5000억원 규모 물량을 신규 수주했으며 올해는 3조원 규모 신규 수주가 예상된다. 차량에 특화한 고신뢰성 카메라모듈과 터치윈도, 기판, LED, 각종 센서 등에서 전장제품 솔루션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엠씨넥스, 세코닉스 등 카메라모듈, 렌즈 전문업체도 전장부품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미래 자율주행기술 등에 차량용 카메라 수요가 늘면서 신규 수주 기회와 함께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전자회로기판(PCB) 분야 주요 기업인 대덕GDS 역시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고자 전장 PCB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장부품 수요가 늘면서 부품을 실장하는 기판 중요성이 커졌다. 자동차용 기판은 특히 열과 진동 내성 등 가혹한 조건에서 성능을 유지하는 내구성이 핵심인 고부가 제품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 차량용 연성회로기판(FPCB)을 공급하고 있는 한 FPCB업체는 스마트폰 고객사 위주에서 자동차 분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수년 전 처음 진입 당시 5%를 밑돌던 전장부품 관련 매출비중을 현재 30%까지 끌어올렸다.

◇헤드셋·무선충전기 등 B2C 제품 출시도

수익원을 확보하고자 B2C 제품을 내놓는 기업도 늘고 있다. 카메라모듈, 안테나, 통신모듈, 센서 등 다양한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파트론은 지난해 말 B2C 브랜드 ‘크로이스’를 론칭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품질이 우수한 자체 생산 부품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직접 판매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블루투스 헤드셋을 시작으로 무선충전기와 웨어러블 밴드, 스마트 체온캡슐 등을 만들어 선보였다.

파트론은 지난 2013년 1조원 이상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전방시장 부진 등 직격탄을 맞아 7600억원대로 매출이 줄었다. 시장 전문가는 단기 실적 개선보다 신규 성장 동력 확보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

엠씨넥스, 캠시스 등 카메라모듈 전문업체는 차량용 카메라와 함께 블랙박스 분야에서 길을 찾았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초소형 고성능 카메라모듈 생산 기술과 영상 처리 솔루션 기술이 블랙박스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다는 판단이다. 엠씨넥스는 ‘아이클론’ 브랜드로 ADAS 기술을 적용한 풀HD 블랙박스와 가정용 네트워크 카메라를, 캠시스는 ‘블랙시스’ 브랜드로 자체 블랙박스 제품을 출시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된 무선충전기도 부품업계 자체 제품 출시가 많은 분야 중 하나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자기유도방식 무선충전이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아 제품 개발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파트론과 알에프텍, 한솔테크닉스, EMW 등 여러 업체가 무선충전 분야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며 충전기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 패드형 제품으로 차별화 요소가 부족해 제품 경쟁력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선충전기 업체 한 관계자는 “전자부품업체 여러 곳이 경쟁적으로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차별화된 성능이나 디자인으로 돋보이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