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관리법 안 지키는 완성차 업계…정비지침서 제공 의무 외면

자동차관리법 안 지키는 완성차 업계…정비지침서 제공 의무 외면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자동차 제조사의 정비 지침서 공개를 의무화했지만 대부분 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영 정비센터 외 일반 정비업소 이용이 제약돼 결과적으로 소비자 혜택 확대가 늦춰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는 자체 조사 결과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한 국산·수입차 업계가 정비지침서(매뉴얼)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정비 매뉴얼은 차종·부품 별로 정비 요령과 교환·수리 방법을 담은 지침서다.

지난 7월 7일 개정 공포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일반 공개가 의무화됐다. 그 동안은 각 제조사 별 직영 정비센터에만 제공되던 지침서를 일반 정비업소에도 공개해 정비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다. 개정 시행규칙은 정비업자 대상 기술 교육도 의무화했다.

하지만 연합회 확인 결과 시행규칙 공포 후 두 달이 넘도록 이를 지키는 회사는 현대·기아차 뿐이었다. 현대·기아차는 7월부터 외부 정비정보 사이트를 활용해 일반 정비업소에 정비지침서를 제공하고 있다.

시행규칙은 공포 즉시 효력이 발생했기 때문에 나머지 완성차 회사는 사실상 법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정비지침서 공개 의무는 별도 고시가 필요 없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세부 사항을 정하는 고시 제정 작업 때문에 일부 조항 시행이 유예됐지만, 정비지침서 제공 의무는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행규칙은 공포 즉시 효력이 발생했기 때문에, 별도 고시가 필요 없는 정비지침서 제공 의무 역시 곧바로 이행되는 것이 정상”이라며 “완성차 제조사 별로 이행 여부를 파악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비 업계는 완성차 회사가 개정 시행규칙을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제나 벌칙 조항이 없는 점을 악용, 반년 이상 준비 기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지난 3월 입법 예고됐다.

윤육현 정비조합연합회장은 “시행규칙은 정비지침서 공개를 의무화했지만 강제 조항이 없어 대부분 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미 공포된 시행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법을 어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반면 완성차 회사는 지침서 공개를 위한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개 범위와 형태를 둘러싼 본사 협의, 원격 정보 제공을 위한 IT 시스템 개편이 과제다. 지침서 제공에 따른 비용 분담 역시 협의 사항이다.

한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정비지침서는 교육자료나 고장진단기 부분과 달리 본사와 협의, 시스템 개편, 비용 문제 등 많은 준비와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어서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내부적으로 준비 중인 사안인 만큼 빠른 시간 내에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