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을 잠시나마 풍성하게 해준 추석연휴가 끝이 났다. 명절만 되면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고향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지만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은 언제나 발걸음이 가볍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명절은 맘껏 기뻐할 수만은 없는 시기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이 명절 때 고향을 찾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고향 방문을 위해 많은 사람이 자가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지만 비장애인보다 편하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 중에 장애인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저상버스는 총 40대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고속·시외버스 중에는 저상버스가 없고 장애인을 위한 승강설비마저 턱없이 부족하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은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야 외부 활동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 앞으로 많은 장애인의 편리한 이동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장애인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한 가지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무인차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인차의 가장 큰 장점은 운전을 할 수 없어도 목적지만으로 원하는 곳에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이나 노약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외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2020~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무인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은 조금 먼 미래지만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기대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해 좀 더 빨리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한 가지 희소식은 척수손상으로 거동이 힘든 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학교(UC어바인)에서 사람 뇌파를 분석해 의도를 파악한 뒤, 이에 맞는 전기 자극을 다리 근육에 보내는 방식으로 척수가 손상된 하반신마비 환자를 걷게 하는 데 성공했다. 척수는 척추 속의 신경 다발로 뇌의 명령을 팔다리에 전달하는데, 손상되면 전신마비와 하반신마비 등이 생긴다. 척수손상 환자가 걷기 위해선 다리를 감싸는 보조 장치를 붙이고, 이를 조종해 움직여야 한다.
위에서 소개한 희망적인 소식을 우리는 ‘보조공학기기’라고 부른다. 장애인, 노인 등이 일상생활 및 직업생활, 교육활동 등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연구되고 개발된 모든 기기, 장애인에게는 눈이나 귀가 되고 발이 돼주기도 하는 소중한 장비다. 국내에서 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기기 활용과 지원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보조공학기기 발전 역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계단형 운반기, 확대 독서기, 시선추적기기 등 기계공학, 로봇공학 등이 융합된 보조공학기기가 도입, 보급돼 장애인의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을 보조하고 있다. 장애인 차량 개조 및 차량용 보조공학기기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어 장애인이 보다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첨단 기술이 접목된 보조공학기기가 자연스럽게 일상생활로 들어오면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별 차이 없이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며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장애인 직업생활을 돕기 위해 보조공학기기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장애로 직업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작업용 보조공학기기를 구입〃제작하거나 개조해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조공학기기 지원 사업은 매년 확대되고 있는 추세로,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중증장애인 취업 기회가 확대되고 기업의 장애인 고용도 활발해질 수 있다. 앞으로 보조공학기기에 대한 관심과 발전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장애인 취업이 불가능한 직업 영역은 사라질 것이다.
오는 10월 22일부터 23일까지 ‘2015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된다. 시각장애인 전용 자동차를 개발한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가 홍보대사인 이번 박람회에서는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필수인 보조공학기기는 물론이고 직업생활을 도와주는 다양한 보조공학기기가 공개될 예정이다. 우리는 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기기를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라고 부른다. 보조공학기기 박람회가 장애인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skpark@kea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