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는 우리 삶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흑백TV에서 컬러TV로 변화하면서 생활패턴 변화를 가져 왔으며, CRT에서 LCD로 변화함에 따라 기존 PC 환경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 최근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까지 발전했다. 이러한 발전에는 우리나라의 선두적인 역할이 있었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2000년대 초 5세대 라인을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LCD 생산국이 됐다. 2014년에는 수출 4.2%를 차지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품목으로 발전했다. TV와 스마트폰 등 타 산업 경쟁력을 이끄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의 무서운 추격에 조만간 선두자리를 내줘야 하는 길목에 와 있다. 10년 넘게 디스플레이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산업이 내년에는 8세대 기판 기준으로 생산량 역전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BOE가 10.5세대 공장을 본격 가동할 시점인 2018년이 되면 점유율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추격을 뿌리치고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강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적인 확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한 가능성으로 OLED가 있다. 중국정부도 LCD에서 OLED로 투자방향을 집중하고 있어 자칫 LCD와 유사한 경로를 겪을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산업 변화를 이끌 새로운 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OLED다. 글로벌 IT시장 조사업체에 따르면 2024년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매출이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15%를 차지하고 매출은 230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LCD에 정부의 적극적 투자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선두를 차지했던 것처럼 OLED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워치 등 소형 모바일 디스플레이와 TV, 모니터 등 대형 디스플레이로 구분할 수 있다. 산업 주류는 역시 대형 디스플레이다. CRT가 LCD로 넘어오면서 얇고 가벼운 장점을 이용해 새로운 시장에 파고 들어갔듯이 OLED는 더욱 얇고 가벼우면서 자체 발광하는 장점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한 최적 소자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미래 디스플레이는 OLED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장점을 동시에 가진 플렉시블 OLED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OLED로는 LCD를 완전히 대체할 정도의 경쟁력은 갖추지 못했다.
플렉시블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대표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공정 혁신으로 OLED 장점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저가 공정으로 제조 가능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유리 기판 대신 플렉시블 기판을 사용하고, 진공증착 대신 상압증착 공정 및 장비 개발과 같은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다. 둘째, 혁신공정을 위한 기판과 TFT, 유기재료, 전극 등 다양한 소재와 소자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신공정을 유기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산·학·연·관이 소재·공정·장비 등 전 분야에서 적극적인 참여 형태인 대형 컨소시엄을 이뤄 조기 개발을 달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기 투자로 개발된 기술을 플렉시블 패널 공정에 적용해 일반인이 구입 가능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술 개발과 투자가 일어나야만 비로소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완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것이다.
좋은 화질, 얇고 가벼운 플렉시블 특징, 낮은 가격 등 OLED 장점이 있는 대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면 일반 가정에서도 영화관과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고, ICT 사회의 정보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이 플렉시블 OLED로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하면서 향후 우리나라 산업의 기둥 역할을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박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디스플레이 PD yhopark@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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