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계좌이동제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단기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유인책보다 고객 금융 수요를 보다 완결성 있게 높여주는 장기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각 은행이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고객 유치 수단으로 내놓은 당근책 대부분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수수료 면제, 금리 우대 등을 주는 것이다. 은행으로서는 고비용 마케팅 비즈니스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수수료 악화가 나타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장기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혜택을 찾아 주거래 금융사를 바꾸는 ‘뜨내기 고객’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계좌이동제를 실시한 영국에서 계좌이동 시 캐시백, 대출시 금리 우대 등 금전적이고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 산탄데르은행이나 핼리팩스 등 중소형 은행이 계좌이동제 수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국내 은행의 인센티브 제공 경쟁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은행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고비용 대책이면서도 경쟁은행 간 유사한 출혈경쟁이 심화되면 계좌이동제의 실질적인 효과는 매우 작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좌이동제 충격 완화를 위해 고비용 인센티브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나 계좌이동제의 장기적인 흐름을 고려한다면 타 은행과 인센티브 경쟁보다 고객 관계 관리 차원에서의 중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계좌이동제의 성공 여부는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영국, 호주의 시행착오를 참고해 금융소비자 편의성, 신청절차 단순성, 시스템의 안전성, 처리 기간 및 프로세스 단축 등의 요소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좌이동제 도입으로 은행이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맞춤형 서비스 개발 등 고객 유지 전략이 필요하다”며 “은행이 예금 고객 유치 과정에서 금리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수시입출금 예금 규모의 변동성이 증가하며 유동성 리스크 및 관련 관리 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금융감독당국은 이의 모니터링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