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에쿠스나 제네시스 같은 고급·대형 세단에도 터보 기술을 적용한다. 더 적은 배기량으로 더 큰 출력과 토크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중·소형 차종 위주로 적용했던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을 확대하는 셈이다. 친환경·고효율 구동 기술과 스마트 편의 기술이 미래 성장 동력 핵심으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4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에서 ‘2015 R&D 모터쇼’를 개최하고 ‘람다Ⅱ 개선 3.3ℓ 터보 GDI 엔진’을 공개했다.
람다Ⅱ 엔진은 제네시스와 에쿠스 같은 대형차에 장착하는 엔진이다. 현대차가 이 엔진에 터보 기술을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인위적으로 흡기량을 늘리는 트윈터보 차저를 적용, 출력과 토크를 대폭 향상했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m 성능을 낸다. 낮은 회전영역(1300RPM)에서부터 최대 토크가 발생하도록 설계, 초반 발진 성능을 높였다.
기존 6기통 람다Ⅱ 3.3ℓ 자연흡기 엔진보다 출력은 31.2%, 토크는 46.9%나 높아졌다. 3.3ℓ 엔진이지만 에쿠스와 제네시스 일부 트림(세부 모델)에 장착하는 3.8ℓ 엔진 이상의 성능을 낸다. 더 적은 배기량으로 더 높은 성능을 뽑아내는 ‘다운사이징’ 경향을 반영했다. 엔진 효율을 높인 것은 물론이고 주행 역동성도 잡았다.
향후 에쿠스와 제네시스 신차에 적용이 예상된다. 새 터보 엔진으로 3.8ℓ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거나 트림을 신설한다. 에쿠스 터보, 제네시스 터보가 나오는 셈이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쏘나타를 비롯한 중·소형 차급에서만 터보 제품군을 운영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선행 개발을 완료한 상태로, 내부적으로 적용 차종 논의가 끝나가지만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며 “연내 혹은 내년 나올 신차에 새 엔진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신차 출시 일정 상 올해 남은 신차는 에쿠스 후속 모델이 유일하다.
현대차는 이 외에도 최신 차종에 적용했거나 향후 적용할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구동, 제어, 경량화 분야 12건 신기술을 전시했다. 협력사 대상 비공개로 진행되는 ‘R&D 테크데이’에서는 세계 최초 기술 22건을 포함한 45건 신기술을 설명한다.
신형 아반떼와 K5 등에 적용된 양산 신기술도 전시했다. 신형 아반떼 ‘제어밸브 내장형 자동변속기 오일(ATF) 워머’는 세계 최초 기술이다. 변속기 오일을 데우는 외장 밸브를 워머와 통합해 원가는 18%, 중량은 2.3% 낮췄다. 신형 아반떼에는 전자식조향장치(MDPS)가 운전 습관을 학습해 조향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도 새로 적용했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파노라마 썬루프 프레임은 쏘렌토R에 처음 적용한 이후 투싼, K5 등으로 적용 차종을 늘렸다. 중량은 철제 부품 대비 7.1㎏ 줄었고, 일체화 성형 기술로 부품 수 자체도 줄었다.
수소연료전지차(FCEV) 새로운 활용법도 선보였다. ‘연료전지차 이동식 발전 시스템’은 FCEV 내부 전력을 외부로 뽑아 텔레비전 같은 상용 제품을 작동시키는 장치다. 차량 직류(DC) 전력을 이동식 인버터가 교류(AC) 전원으로 바꿔준다.
친환경차로 영역을 넓힌 쏘나타는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를 각각 절개해 전시했다. 관람객이 각 차량 내부 구조를 직접 살펴볼 수 있다. 그 밖에 현대·기아차와 경쟁사 차 91대를 전시했다. 자동긴급제동장치(AEB)와 전자동주차지원시스템 등 지능형운전자지원시스템(ADAS)과 자율주행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했다. 행사는 오는 17일까지 일반에 공개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협력사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함께할 수 있는 자동차 기술 축제인 이번 행사는 R&D 지속 성장 기반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성=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