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구조조정 시장에 맡겨야"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한·중 FTA 등으로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사실상 개입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허 사장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하고 강제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산업통상부)장관에게도 말했지만 정부는 지원자 역할과 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것이 맞다”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는 스스로 문을 닫거나 생산라인을 멈추고 있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추진 중인 TPA사업 구조조정을 예로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2012년 중국이 우리나라 두 배에 달하는 1200만톤 공장을 증설해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내에서도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며 “우리 회사는 2개 TPA 생산라인을 고부가가치 제품인 PIA로 전환했고 대다수 기업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허 사장의 발언은 최근 정부가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상황이 반영됐다. 정부는 중국과 FTA체결 과정에서 PX, TPA 등 범용 제품 상당수를 양허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신흥시장 개척, 고부가가치제품 개발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는 범용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를 단기간 내 탈피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허 사장은 현재 추진 중인 신사업 현황도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우즈베키스탄 가스전 화학단지를 준공했다. 롯데케미칼, 한국가스공사, GS E&R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 우즈벡 석유가스공사와 50대 50 지분으로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수르길 가스전 개발, 판매 및 HDPE, PP 생산을 위한 단지를 건설했다. 이 사업으로 롯데케미칼은 기존 석유제품인 나프타 중심 원료체계를 저가 천연가스로 이원화했다.

허 사장은 “롯데케미칼 생산 제품 포트폴리오가 범용 제품에 치중된 편”이라며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제품에 진출하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범용 제품을 위해 필요하면 M&A를 추진하고 저가 원료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