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를 바로 세우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지지부진한 의사결정 체계부터 명확하고 깔끔하게 정리할 것입니다.”
ITER 사무차장 부임차 이달 말 본부가 있는 프랑스로 출국하는 이경수 박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꼽은 숙제다.
이 사무차장은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ITER에서 일하게 된다. 5년 뒤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ITER 사무총장 밑에서 기술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사무차장은 ‘사즉생’(死卽生)까지 거론하며 “목숨 걸고 2년 내 실험로 개발 정상화에 대한 희망을 세계인에게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ITER는 7개국이 모인 조직이기에 개성과 문화가 제각각이다. 각국 이익이 얽혀 있어 해당국 과학자를 조화롭게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 ITER 사업이 그간 지지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 사무차장이 6개월간 4단계를 거쳐 8 대 1 경쟁을 뚫고 선정된 것도 그런 배경이 있다.
이 사무차장은 지난 30여년간 핵융합 연구에 몸담으며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TAR) 건설을 주도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장과 ITER 이사회 경영자문위원장 등을 거치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현재 새로운 경영진이 7대 개편 과제를 논의 중입니다. 조직이 건전해야 비전이 있기 때문이죠. 가장 중요한 일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이 사무차장은 우리나라도 양보할 건 양보해야 다른 나라도 따라 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정부분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일본 측에도 그리 요구했습니다. 우선 ITER를 살려 놓고 보자는 것입니다.”
이 사무차장은 ITER 2인자답게 권한도 막강하다. 협력이 안되면 즉각 걸러낼 평가권을 갖고 있다. 누구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업무처리를 하는데다 ‘대나무가 부러질 정도로’ 소신과 신념이 강한 것도 위기 속 ITER를 활성화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7대 과제를 보면, 우선 분야별 최고 전문가를 뽑는 것이 첫 항목에 들어있습니다. 사무총장이 기술적인 결정을 할 땐 사무차장이 절대 권한을 갖도록 만들어 놨습니다.”
ITER는 향후 사업은 현물로 진행되지만, 때에 따라 필요한 현금지급을 위해 중앙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조직개편은 건설 중심으로, 인력선발 과정은 최대한 단순하게 한다는 것이 ITER 새 경영진 소신이다.
“이 과제는 오는 11월 6일 열리는 이사회까지 잘 다듬어 내놓게 될 것입니다. 이사회를 통과하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수 있을 것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