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소가 온실가스 감축 이행이란 낭떠러지를 만났다.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포스트 2020) 가동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 각국이 탈(脫)석탄화력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굳건히 지켜온 산업 동력 위상마저 위협받고 있다. 석탄화력산업계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타개책으로 잡았지만 상황이 간단치 않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이슈가 대두된 뒤 다수 실증사업으로 CCS 기술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5년 가까이 범부처 차원에서 진행해온 CCS 기술 확보 현황과 과제를 점검한다.
◇비상 걸린 석탄화력, CCS 어디까지 왔나
온실가스 감축과 석탄화력 대체 에너지 마련은 세계적 이슈다. 미국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정부 차원에서 규제하는 청정에너지 계획을 수립했으며 프랑스는 석탄화력에 모든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세계 각국은 자발적으로 석탄화력 비중을 줄이면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도 온실가스 감축 방안 실행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비슷하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석탄화력 사업이 추가되기는커녕, 기존 잠정설비로 있던 두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처음으로 석탄 의존도를 낮추려는 모습을 확인시켰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이다. 정부 시각변화에는 근본적 변화 없이 신기후체제에 부응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석탄화력업계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들고 나온 것은 이에 맞춘 전략적 선택이다. CCS는 발전소, 제철소, 공장 등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각종 설비에서 나오는 탄소를 잡아들여 다른 곳에 압축 저장하는 기술이다. 최근엔 저장 매립을 넘어 탄소를 플라스틱 등 다른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전환기술까지 연구 중이다.
제조업 중심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인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석탄 중심 전력공급에 의존하다 보니 CCS 필요성을 유독 크게 안고 있다. 탈석탄 정책을 편다 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CCS 기술 확보로 산업 생산과 온실가스 감축이란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2010년부터 관계부처가 모여 국가 CCS 종합 추진계획을 세워 에너지 관련 공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10㎿급(연간 7만톤 CO2 포집 가능) 포집플랜트 2기를 세워 실증했으며 습식과 건식, 순산소 연소 등 다양한 탄소포집 기술을 개발해냈다.
CCS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산업군은 전력, 엔지니어링, 건설 분야다. 대규모 설비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 이를 이동하고 매립까지 거치는 작업 특성상 플랜트 관련 기업이 이점이 있다. 지금까지는 연구주체별로 포집과 운송, 저장 등 연구를 따로 진행했지만 정부는 이들 연구 성과를 하나로 통합한 대규모 실증사업으로 CCS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싸게, 진화하는 기술
CCS기술 중 가장 많은 연구가 몰리는 분야가 ‘포집’이다. CCS 모든 과정 중 가장 첫 단계로 포식 기술력에 따라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판가름난다. 포집기술 효율에 따라 같은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줄일 수 있는 탄소 양이 달라지는 셈이다.
포집은 연소 전과 연소 후 처리로 나뉜다. 최근엔 순산소 연소 방법에 관심이 높다. 석탄 연소에 공기가 아닌 순산소를 투입, 연소 후 이산화탄소와 물만 나오게 해 포집효율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한국전력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두산중공업 등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전은 2020년 탄소 100만톤급 순산소 연소 기반 탄소회수기술을 실증할 목표를 잡고 있다. 그동안 연구로 상용화가 가능한 순산소 발전플랜트 설계기술을 확보했고, 90% 이상 탄소 회수율 등 기술도 상당 수준에 올라섰다. 다양한 석탄 사용에 적용할 수 있고, 포집비용이 톤당 30유로 정도로 경제성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순산소 연소용 보일러 개발에 나섰다. 순산소 연소 시 효율 감소 최소화와 최적 운전조건 도출 등이 연구 내용이다. 영동 1호기 보일러로 순산소 플랜트 설계와 최적운전 기술을 확보했다. 개발 기술이 초임계압 발전 플랜트 기술에 적용되면 35%가량 효율 개선과 탄소회수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집비용을 낮추는 것도 CCS 기술 개발 중요 과제다. 지금 실증단계에 있는 기술 다수가 발전효율 감소, 발전원가 상승, 포집비용 등 문제점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속산화물을 이용한 원천분리 기술과 연소 전 포집용 유동층 시스템 기술, 석탄 가스화기와 연계한 포집 공정 등이 개발되고 있다.
탄소포집은 제철 분야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포스코는 제철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자원화하는 선순환 구조 완성을 계획하고 있다. 암모니아수로 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이용한 환원가스를 제조해 다시 제철공정에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놓은 상태다. 제철소 내 미활용 중저온 폐열과 고온의 용융 슬래그 열을 회수해 탄소포집 공정과 자원화에 공급하는 통합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코는 탄소 선순환 기술과 관련 포집은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전환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향후 배출권 거래제 활성화와 대형 탄소 선순환 시스템 설비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관련 기술을 국내외 제철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CCS 기술개발 주요과제(자료:산업통상자원부)>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