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제조업의 근간, 뿌리산업에 파견 근로 허용해야”

[ET단상]“제조업의 근간, 뿌리산업에 파견 근로 허용해야”

뿌리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에 노동계는 ‘제조업 파견의 단초’라 주장하며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주조,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용접 등을 통칭하는 뿌리산업은 2만7000여개 사업체에 48만명이 일하고 있으며 주력 제조업 핵심 공정을 담당하는 국가 기반 산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뿌리산업은 위기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급격히 성장하는 중국과 엔저정책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일본에 쫓기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영세한 기업규모와 3D업종이라는 선입견으로 인한 청년층 취업 기피 심화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증가하고 기능직 인력은 감소하고 있다. 전체 인력 중 40대 이상이 57%를 차지하며 현장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2017년 뿌리산업 예상 인력 부족 규모는 5만5000명에 육박한다. 기존 재직자 이직률은 7.0%로 제조업 평균인 4.8%의 두 배에 달해 숙련기술 단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뿌리산업은 지역사회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경기·강원·부산·대구 4개 시도 214개 산업단지의 68%인 145개가 뿌리기업 입주를 금지하고 있다. 그만큼 뿌리기업은 발붙일 곳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10인 미만 소공인 형태가 대다수(68.4%)여서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논의되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뿌리산업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주물업종은 산업 특성상 24시간 ‘용해로’ 가동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용해로를 관리하는 근로자가 항시 필요하고 혼자서는 관리하기 어렵다. 용해로 하나를 관리하는 데도 교대제 근로자 다수를 투입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계절적 수요 차이와 경기변동, 원도급 주문에 따라 물량이 급변해 평균 수주량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인력 규모 지속 유지도 어렵다. 더욱이 취업기피 현상으로 직접 고용을 하려 해도 적기에 채용이 곤란해 불법파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파견법은 1998년 파견근로자 고용안정과 원활한 인력수급 등을 위해 노사정 합의를 거쳐 제정돼 17년간 유지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급변하는 노동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원활한 인력수급에도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많다. 경직된 법체계로 인해 현장에서는 불법파견 여부에 끊임없이 다툼이 발생하는 등 법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뿌리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게 되면 질 나쁜 일자리만 창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고용노동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파견허용 시 시장에서 약 3만명 인력 수요가 창출된다고 한다. 이 중 13%인 약 3900명은 기존 상용직 근로자와 대체되는 일자리며 60%인 1만8000명은 신규 일자리 수요로, 나머지 27%만 임시·일용직 등 다른 형태 비정규직을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파견 활용으로 70% 이상의 질 좋은 일자리가 뿌리산업에서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인력 확보 어려움 등으로 뿌리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국가경제 미래성장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 이제라도 우리는 뿌리산업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성장 기반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뿌리산업에 파견근로 허용을 비롯해 업종별로 차별화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뿌리산업계도 낙후된 작업환경을 개선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파견근로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songjh@kbiz.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