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지정맥 기술이 필리핀 전자주민증 등록과 출입국 관리에 쓰인다. 지정맥은 손가락 두 번째 마디 내 정맥으로 사람마다 패턴이 다르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코리센(대표 오석언)은 필리핀 필아시아와 현지 보안 및 본인 인증 사업 관련 협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히타치·후지쯔 등 일본 업체가 주도하는 지정맥 인식시스템 시장에서 기술력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앞섰다.
코리센은 필아시아를 이용해 현지 경찰청을 비롯한 주요 기관이나 은행 등 출입 관리에 지정맥 인식시스템을 공급한다. 경찰청과는 도입 논의를 마쳤다.
필리핀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전자주민증 사업과 출입국 관리, 전자면허증 도입에도 쓰일 전망이다. 지문 인식으로 설계한 사업 자체를 필아시아가 지정맥으로 전환했다. 코리센은 사업 진행상황에 따라 현지 생산도 검토 중이다.
코리센이 개발한 지정맥 인식시스템은 근적외선으로 손가락 내부 혈관 패턴을 촬영해 본인 여부를 식별한다. 혈관 속 산소가 빛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본인 인증을 위해 손가락만 갖다 대면 된다. 지문과 달리 훼손될 염려도 없고 손가락에 이물질이 묻어도 상관없다.
코리센은 일본 업체가 가진 150여개 특허를 피하고 국내 특허까지 획득했다. 인식 속도는 경쟁 제품보다 열 배가량 빠르다. 촬영에서 인식, 판별까지 1초면 충분하다. 최대 2만룩스(Lux) 밝기에서도 판별할 수 있어 실내뿐만 아니라 외부 출입문에도 사용 가능하다. 기존 제품은 판별 한계가 3000룩스 미만이라 실내에서만 쓸 수 있다.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지정맥은 유사 패턴이 1억명 가운데 한 명이 나올 정도로 개인화돼 있고 손가락 내부 혈관이라 패턴을 알 수도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주민번호나 간단한 비밀번호와 같이 쓰면 더욱 안전하다.
오석언 코리센 대표는 “필아시아는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벨트 6억 시장에 거점을 둔 대형법인으로 업무협약으로 시장 교두보를 확보했다”며 “필아시아와 함께 필리핀을 시작으로 인접 국가 보안, 핀테크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