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공공시설에 구축한 전기차 급속충전기 이용요금을 유료로 전환한다. 충전인프라 사업을 벌이는 민간 기업도 일제히 유료화 전환 채비에 들어갔다. 전기차 충전시장도 첫 보급이 시작된 지 5년 만에 공공 대 민간, 서비스까지 엮인 경쟁시대로 넘어가게 됐다. 전기차 이용자를 끌어드릴 다양한 서비스 모델도 등장할 전망이다.
◇민간 충전사업자 복잡해진 셈법
공공·민간 충전사업자들은 정부 요금이 사실상 원가 수준에서 잡힘에 따라 초기 요금 경쟁 촉발보다는 전기차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나아가 민간서비스 영역까지 확장시킬 것으로 보고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수익성을 따져야하는 민간 충전사업자는 초기 투자비와 감가상각, 미래 사업성까지 고려한 요금 책정에 몰두하고 있다. 직접 요금 경쟁으로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고객서비스와 차별화된 접근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숙제가 놓여졌다.
◇정부는 공공성·민간은 서비스로 승부해야
급속충전기는 가정용 등 개인 소유 완속충전기(3~7㎾h)와 달리 50㎾h급 전력을 충전할 수 있는 고가 고압설비로, 통상 사업성을 따질 때 충전기 당 최소 20~30대 이상 고정 고객을 확보해야 수익성이 나온다. 이런 사업적 리스크를 정부가 떠안은 셈이다.
환경부는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전기요금을 포함해 노후 기기교체나 유지보수, 관리비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가격정책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민간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반드시 필요한 사각지대 등을 대상으로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충전 요금을 최소해 민간보다 우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민간 투자가 쉽지 않은 고속도로·도시 외곽도로 등 반드시 필요한 곳에 충전기를 세울 것”이라며 “향후 민간 기업이 서비스 질을 향상을 위해 정부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을 제안한다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민간은 500원 이하 가격 형성에 무게
민간 업계는 다급해졌다. 첫 민간 서비스 사업자인 포스코ICT와 한국전력·KT 등으로 구성된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당초 ㎾h당 500~600원 가격 책정이 유력했지만, 이번 정부 요금 범위로 볼 때 500원 이하로 떨어뜨리는 선에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박규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사장은 “환경부 충전요금 발표로 당초 계획했던 가격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시장 확산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민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한 시적이라도 요금 차액을 보조하는 등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ICT는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게된 만큼 서비스 질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당 요금을 책정하는 단순한 과금체계 이외에도 시간과 장소, 자동차 모델에 따른 다른 과금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거나 다른 충전사업자 간 사용자 연동 등으로 전기차 접근성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표】전기차 충전인프라 서비스 사업자 현황
자료:각사 취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