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가 국내외 불경기 속에도 수익성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저유가로 외형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 호조세로 휘파람을 분다. 지난해 3~6%대를 오간 영업이익률이 최고 20%까지 넘기며 깜짝쇼도 펼쳤다. 떨어진 제품 판가를 줄어든 생산 원가로 메우고도 남는 형국이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5조1660억원, 영업이익 1조4716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1.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6.3%나 늘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3108억원을 이미 달성한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 매출액 5조9781억원, 영업이익 8178억원을 거뒀다. 전년 같은 기간 매출 은 22% 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36% 폭증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398억원으로만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509억원 갑절에 달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급증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률 11.1%, 3분기에 10.6%를 달성했다. 지난해 평균 5.8%에 비해 배로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평균 2.36%였던 영업이익률이 지난 1분기 6.36%로 올라선 뒤 2분기에 20.12%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 2013년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이 통합해 롯데케미칼로 공식 출범한 이래 최대 실적이다. 출범 이후 평균 분기 영업이익률은 3%에 불과했다.
매출 부진 속에서도 이익률이 늘어난 것은 올해 스프레드(원료-제품가격 차이)가 크게 개선된 것이 주효했다. 저유가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지난해 대비 크게 하락하면서 매출은 감소했지만 나프타 등 원료가격 하락폭은 더욱 컸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지난해 초 톤당 1000달러 내외였지만 올해 2분기 5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 기초 제품인 에틸렌 가격은 톤당 1400달선을 유지했다. 원료 가격은 반토막 났지만 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이 늘었다.
우리나라 석화업계 주력 제품인 PE, PP 등 올레핀 계열 제품의 2분기 평균 스프레드는 전분기 대비 15~20%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올레핀 사업부문에서만 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조석제 LG화학 사장(CFO)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유가 영향을 받지만 제품별로 수급 상황이 달라 100% 연동되지 않는다”며 “최근 원료 가격 보다 제품가격 하락 폭이 작았다”고 설명했다.
에틸렌 가격 등 일부제품 가격이 다소 약세를 보이지만 업계 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봤다. LG화학은 직접 생산하는 에틸렌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ABS(내열성 및 비가연성 플라스틱)와 기저귀 원료로 쓰는 SAP(고흡수성수지)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전자소재·이차전지 사업도 궤도에 올라 호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범용 비중 제품 비중이 90% 이상인 롯데케미칼은 3분기에 전분기 대비 다소 영업이익이 줄수 있지만 최근 저가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 준공 등으로 향후 생산 원가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에틸렌을 구매해 사용하는 한화케미칼은 원료 가격 하락이라는 수혜까지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은 스프레드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라며 “3분기 에틸렌 가격 하락 등으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재고평가손실과 경기부진을 겪은 지난해 대비 상황이 개선됐고 당분간 이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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